요괴 36

그림자 소년 39화 [천적 5]

그림자 소년 39화 [천적 5] 한편 비형랑은 강철이를 반쯤 빈사 상태로 만들어 놓은 뒤 수도에 도착했다. 비형랑을 뒤따라온 길달이 그에게 물었다. {대장 강철이를 저리 놔둬도 괜찮을까요?} {냅둬라! 짓 까지게 날뛰어 봤자지! 지금은 조정의 일이 먼저다.} 그때 비형랑의 수하 요괴가 그들을 찾아왔다. {대장 큰일 났습니다.} 비형랑은 문득 불길함을 느꼈다. “또 무슨 일이냐!” {노승과 소년 일행이 간밤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뭐시라… 하필 이런 때에” 역모에 성공한 비형랑과 좌의정 (이건명)의 세력은 도성을 장악한 뒤 새로운 왕이 될 후보를 추리고 있었다. 이것 역시 병조판서 자리를 맡게 된 비형랑과 이 대감의 계획이었으므로 이들의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렇지만 비형랑의 계획에 차..

그림자 소년 38화 [천적 4]

그림자 소년 38화 [천적 4] 거구의 도깨비는 앉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도깨비 왕의 크기와 맘먹을 정도였다. 그런 그의 몸에 나아있는 6개의 팔 그리고 이마에 솟아있는 두 개의 뿔과 함께 사나운 얼굴은 마치 가면처럼 생겼다. 도깨비왕이 있던 곳을 아니꼽게 쳐다보며 도깨비가 중얼거렸다. {아… 뭐처럼 푹 자고 있었는데} 두억시니는 어느새 도깨비왕의 시야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날아간 뒤였다. 도깨비왕은 두억시니가 날아간 지점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심했나? 이러면 쫓아가기 곤란해지는데} 연민의 감정과 귀찮은 감정이 동시에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물론 이번 경우에는 후자의 경우가 좀 더 지배적이었으므로 그는 자신을 보며 숨을 죽이고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아 다들 너무 걱정..

그림자 소년 37화 [천적 3]

그림자 소년 37화 [천적 3] 보부상의 대화를 유심히 듣던 노승이 대화에 껴들었다. “저기 실례지만 혹시 도성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봉쇄령이라니요?” 그러자 보부상 중 한 사람이 노승에게 대꾸했다. “스님도 도성에 가시는 길이 십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혹시 비보 사찰에서 지내고 계십니까?” “예 맞습니다…” 순간 보부상들의 눈이 번뜩이며 둘은 무언가 신호를 주고 받았다. “스님하고 같이 간다면…” “아무리 봉쇄령이라고 해도 예외로 쳐주지 않을까?” 보부상 중 한 남자가 노승에게 다가오며 조심스레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스님… 실례지만 혹시 수도에 들어가실 때 저희랑 동행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시주라면 여기 이 물건들만 잘 정리되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남자가 풀어 놓은 보따리에..

그림자 소년 36화 [천적 2]

그림자 소년 36화 [천적 2] 이시미 옛날 옛날 어느 산골에 사는 한 나무꾼이 있었다. 나무꾼은 평소처럼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가다 우연히 벼랑 끝에 있는 산삼을 발견했다. 이에 나무꾼은 벼랑 끝에 있는 산삼을 혼자 채취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웃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결국 이웃 사람의 도움으로 산삼을 채취하는데 성공했지만, 재물에 눈이 먼 이웃 사람들은 나무꾼에게서 산삼을 뺏고는 그를 벼랑 끝에 밀어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 나무꾼이 벼랑 끝에 떨어져 죽을 위기에 처한 순간. 그때 누군가 나무꾼을 구해 주었다. 그것은 온몸을 갈색의 비늘로 두른 이무기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무기의 몸에는 갈색의 비늘 뿐만이 아니라 선혈이 낭자하게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무꾼은 보답으로 이무기의 상처를 ..

그림자 소년 35화 [천적 1]

그림자 소년 35화 [천적 1] 영노 짐승은 물론 무생물이나 바위, 심지어 그림자도 삼켜버리는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는 영노는 모든것을 집어 삼킨다. 그의 생김새를 보면 머리에는 짧고 뭉툭한 뿔이 달려 있으며 온몸에는 푸른색의 비늘을 두르고 있어, 연못에서 그를 본다면 분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연못에서 그를 본자는 아무도 없다. 그것은 순식간에 연못에서 튀어 나와 모든 것을 삼켜버리니까 한편 이시미를 찾아 나선 일행들은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지난 밤 새벽 일찍 부터 이시미가 있다는 곳으로 서둘러 왔건만, 그들의 앞에 있는 것은 사라져 버린 이시미의 흔적 뿐이었다. 일행 중 제일 먼저 입을 연것은 장자마리였다. 장자마리는 허탈감을 토로하듯 말했다. {젠장.. 거구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

그림자 소년 34화 [각자의 길 10]

그림자 소년 34화 [각자의 길 10] 좌의정 (이건명) 이대감이 말했다. “역시 대감을 먼저 찾아뵙길 잘했군요… 대감께서 라면 분명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우의정 (박규수) 박대감이 이대감의 말에 의중을 품고 점잖게 대꾸했다. “말씀의 어폐가 있으십니다?” “하하하하 어폐라니요! 저는 그냥 제 의견을 말한 것 뿐입니다.” … 두 사람의 알 수 없는 신경전으로 정적이 흘렀다. 곧이어 먼저 정적을 깬 쪽은 박 대감이었다. “아무튼 비형랑 그자에 대한 일이라면 이 일은 없던 것으로 하지요” “허허허 대감 왜 그리 그자를 경계하십니까?” “경계라니요 저는 그저 전하의 부탁이니 만큼 신중히 하고 싶어 그런 것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지요” 계속되는 이대감의 부탁에 박대감은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그림자 소년 33화 [각자의 길 9]

그림자 소년 33화 [각자의 길 9] 하늘에는 폭풍과 낙뢰를 동반한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다. 도성에서 수십리 떨어진 인근 산자락엔 위치한 이곳은 고작 하루 전까지만 해도 녹음으로 푸르르던 숲 풀이 울창하게 피어 올라 있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이제 더 이상 산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강철이는 연신 입에서 불을 뿜어대며 그나마 잿덧미가 되어 버린 산들을 마저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비형랑…} 까득 문 그의 입에서 부터 다시 한번 불꽃이 피어 올랐다. -화르르르르- 순식간에 퍼져 나간 산불은 일대의 모든 것을 녹여 나가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리 그의 맘에 안 들었을까? 이무기 강철이는 지금 굉장히 화가나 있었다. 지금 강철이에게는 불타서 없어져 버린 민둥산이 아닌 새로운 ..

그림자 소년 32화 [각자의 길 8]

그림자 소년 32화 [각자의 길 8] 강철이 조선의 실학자 이익이 쓴 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강철이는 독룡(毒龍) 이라고도 하며 소와 형태가 비슷하고 폭풍, 낙뢰, 우박을 퍼부어 곡식과 가축을 상하게 한다. 주로 늪과 호수에 살고 있으며 밖으로 나오면 강력한 열기를 내뿜어 수분을 없애고 가뭄에 들게 한다. 소년과 노승은 한동안 비보 사찰에서 지내게 되었다. ‘여기서도 은휼이의 어머니의 소식은 알 수가 없구나…’ 그러나 이곳에서도 소년의 어머니에 대한 소식은 알 수 없었다. 노승은 기대감에 찬 소년을 바라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은휼아! 어머니의 대한 소식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싶구나” “괜찮아요 스님! 곧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왠지 그런 예감이 들거든요” 소년은 노승의 말에 애써 슬픔을 ..

그림자 소년 31화 [각자의 길 7]

그림자 소년 31화 [각자의 길 7] 한편 일행들이 수도로 왔다는 소식은 비형랑의 귀에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래! 녀석들이 제 발로 찾아 왔단 말이지?” {예 대장! 녀석들이 비보 사찰로 들어 가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애써 찾으러 다니는 수고를 덜었으니 차라리 잘됐구나” “그럼 바로 진행할까요?” 비형랑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일단은 놔두거라. 어차피 한양에 들어 온 이상 녀석들은 우리 손아귀다. 게다가 지금은 다른 일이 먼저니. 일단은 녀석들이 뭘 하려 이곳에 왔는지만 내게 보고 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요괴가 사라지자 이제 자리에는 길달 만이 남아 있었다. “대장! 그럼… 그 녀석은 어떻게 할까요..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슬슬 몸이 근질근질 한가 보..

그림자 소년 30화 [각자의 길6]

그림자 소년 30화 [각자의 길6] 한편 중촌에서는 이번에 도깨비 왕이 될 후보들이 추려져 있었다. 덩치가 거대한 도깨비가 종이에 적힌 후보 목록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흠… 비형랑, 두억시니…} {예 맞습니다! 그리고 최근 한 명이 더…} 도깨비 왕은 그에게 보고하는 도깨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됐어!} 도깨비는 끈질기게 도깨비 왕에게 말을 이어가려 했다. {그치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아 글쎄 됐다니까?} 도깨비 왕이 짜증 섞인 투로 말하자 도깨비가 이내 주춤하며 말을 멈췄다. {어차피 이번에는 이 둘보다 강력한 후보는 없어 보이는데,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 둘로 추려서 대충 걸어놔 ~ } 도깨비 왕은 무심하게 책상에 후보 목록을 내려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