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림자 소년

그림자 소년 32화 [각자의 길 8]

kaether 2023. 8. 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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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년 32화 [각자의 길 8]


강철이

 

조선의 실학자 이익이 쓴 <성호사설> 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강철이는 독룡(毒龍) 이라고도 하며 소와 형태가 비슷하고 폭풍, 낙뢰, 우박을 퍼부어 곡식과 가축을 상하게 한다. 주로 늪과 호수에 살고 있으며 밖으로 나오면 강력한 열기를 내뿜어 수분을 없애고 가뭄에 들게 한다.


소년과 노승은 한동안 비보 사찰에서 지내게 되었다.

 

‘여기서도 은휼이의 어머니의 소식은 알 수가 없구나…’

 

그러나 이곳에서도 소년의 어머니에 대한 소식은 알 수 없었다. 노승은 기대감에 찬 소년을 바라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은휼아! 어머니의 대한 소식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싶구나”
“괜찮아요 스님! 곧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왠지 그런 예감이 들거든요”

 

소년은 노승의 말에 애써 슬픔을 감추고 긍정적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실은 노승이 자신을 염려할까 걱정되어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래… 은휼아 언젠가는 틀림없이 너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예 스님…”

 

일행들은 말 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같은 시각.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시커먼 먹구름들이 하늘을 감쌌다.

비형랑은 시커먼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녀석이 왔나 보군”

 

그때 길달이 어느새 그의 뒤에 나타났다.

 

{대장! 강철이가 도착했습니다.}
“때가 됐구나… 준비는 다 됐겠지?”
{예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곧 있으면 이 조정에도 거대한 피 바람이 불 것이니 내가 부를 때까지 대기 하고 있거라!”
{예… 강철이는 어떻게 할까요? 안 만나 보셔도 되겠습니까?}
“그놈은 일단은 냅두거라! 어차피 지금 애기 해봐야 그 녀석 심기만 건드리는 꼴이지. 녀석과는 나중에 대화하도록 하겠다. 일단은 방해가 되는 녀석들부터 하나 씩 제거해 나간다.”
{예 알겠습니다.}

 


그날 밤 조정의 우의정에 위치한 박대감(박규수) 의 집에는 조정의 여러 관료들이 모여 작당 모의를 하고 있었다. 조정의 관료들은 최근 들어 비형랑의 기이한 낌새를 거론하며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는 비형랑을 밀어낼 건덕지를 찾고 있었다.

 

“대감! 그 비형랑이란 놈을 하루 빨리 몰아 내셔야 합니다.”
“요즘 들어 그자의 집에 요괴들이 더욱 자주 드나든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아시지 않습니까! 분명 그자가 요괴들을 모아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맞습니다 대감! 최근 들어 많은 조정의 관료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필시 그자의 짓이 틀림이 없습니다.”

 

 

조정의 여러 관료들과 박대감은 비형랑의 대한 애기를 오가며 언성이 높아졌지만 박대감 만은 그렇지 못했다. 평소 정직한 성품으로 인망 높은 박대감은 다른 관료들과는 달리 선택에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었다.

 

“흠…”

 

박대감은 생각이 많아졌다. 분명 비형랑이라는 자가 요괴를 부려 요행을 부리는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요괴는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지만 비형랑이 하는 일은 요괴들을 이용해 인간들을 위한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평소 비형랑의 행실을 보면 그자는 결코 다른 사람들을 살해할 용의자로 찍기에는 다소 경솔한 결정이었다.

 

곧이어 박대감이 자신을 둘러싼 관료들에게 물었다.

 

“허나… 그자가 다른 관료들을 죽였다는 정황이 없지 않은가?”
“그건 그자가 필시 어떤 요행을 부려 증거를 은닉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 남자가 박대감의 질문에 대꾸하며 말하자 박대감은 답답한지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증거가 있냐는 말일세! 증거가! 그렇게 무작정 사람을 몰아가서야 어찌 조정의 관료라고 할 수 있겠나!”

 

박대감의 말에 많은 조정의 관료들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박대감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만일 그자가 사람들을 헤쳤다면 필시 그자의 이득이 있을 터 증거는 없지만 죽은 관료들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평소 그자를 탐탁치 않게 여겨 그의 앞길을 방해했던 자들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지금 보십시오! 보란 듯이 그자를 탐탁치않게 여기며 방해하는 자들 만 살해 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것이 증거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그러자 남자의 일리 있는 말에 힘입어 다른 관료들이 적극 동의하며 의견을 보태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대감! 얼마 전에 사고로 죽은 병조판서 이대감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대감의 죽음으로 누가 가장 이득을 취했습니까? 바로 비형랑 그자 아닙니까? 요괴들의 별동대를 조직하는 것을 반대한 것이 누구였습니까? 바로 병조판서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십시요! 소인은 병조판서가 그래서 희생이 된 것이 아니까 의심스럽습니다.”
“맞습니다 대감! 그래서 실제로 요괴들의 별동대를 조직해도 된다는 안건이 올라가며 전하께서도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조정은 비형랑 그자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박대감은 다른 관료들의 말을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별동대지 않은가? 섣부른 판단하지 말게 하물며 요괴로 군사가 조직된다고 한들 조정이 요괴 손아귀에 놀아 난다니 그게 무슨 망발인가?”
“그건 제가 경솔했습니다. 대감! 허나 여기 모인 모든 이가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니 만일을 대비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알겠네 자네들의 뜻이 그러하니 뭐 조심해서는 나쁠 것도 없지! 사람을 불러 비형랑을 감시하게 하고 만약에 의심쩍은 행동을 취하면 바로 잡아 들이도록 하게! 그럼 심문하기에도 명분이 있겠지”
“허나 그러다가 좌의정 대감 쪽에서 손을 쓸 수도 있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좌의정 쪽에서 비형랑과 작당하고 저희를 방해하고 있는 마당에 그쪽에서 가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전에 반드시 저희 쪽에서 선수를 쳐야 합니다.”
“어허! 자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럼 나보고 피라도 보란 말인겐가! 말 조심하게!”
“죄… 죄송합니다. 그건..아니지만”
“이 일은 당분간 지켜 보도록 하지! 우선은 내가 말 한대로만 조치하도록 하게!”

 


한편 반대쪽 좌의정 쪽에도 많은 관료들이 모여 작당을 하고 있었다.

 

“그래…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 되고 있는 것이겠지!”

 

좌의정 (이건명) 이대감이 묻자 그의 앞에 앉은 비형랑이 답했다.

 

“예 대감! 일은 차질 없이 진행 될 것입니다. 바로 내일 밤부터 방해되는 자들을 하나 씩 처리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거사를 치르기 전에 우리의 일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자 들은 최대한 빨리 우리 쪽에서 먼저 선수를 쳐야 할 것이네 자칫 잘못했다가는 우리가 되려 당할 수 있으니 거사 전까지는 반드시 철저히 배제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야!”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감!”
“그나저나 슬슬 소식이 들려 올 때가 됐는데 말이야! 그 이무기란 녀석은 지금 어디에 있는건가?”
“예 대감 수도 근처 마을 옆에 자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곧 있으면 녀석이 심심해 알아서 날 뛸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듯합니다.”
“허허허! 그렇구만 그렇게 된다면 필시 조정에서도 군대를 조직하여 그쪽으로 군사를 보낼 것이고 그럼 남아있는 우리 쪽 사람들이 거사를 진행한다? 허허허허! 생각할수록 기발한 계획 이군! 다 자네 덕분이네 허허허허!”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제 임무를 다 할 뿐입니다.”

 

비형랑과 이대감의 대화가 마무리 되자 곧이어 다른 관료들도 술잔을 들어 올리며 건배사를 외치기 시작했다.

 

“새로운 조정을 위하여!”

 

비형랑은 술잔을 들어 올리며 알 수 없는 웃음을 띈 채로 생각 하고 있었다.

 

‘흐흐흐흐흐 순진하고 멍청한 것들…그래 그렇게 계속 좋아 하거라!’

 

-쿠쿠쿠쿠쿠쿠-

 

하늘에서는 억수 같은 비가 내리며 이대감의 사람들이 떠드는 모습이 연출 되고 있었다.


동굴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거대한 뱀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비형랑 이 자식!… 이 몸을 기다리게 하다니…가만 두지 않겠어…]

 


이무기 (용이 되고 싶은 요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뱀이 용으로 승천 하기 위해서는 1000년 의 세월 동안 세상의 이치를 깨우쳐 가면서 도술을 연마하는 등의 수련을 거치며 피나는 노력을 하게 되었을 때 용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무기는 여의주를 1000년 동안 찾아야 하며 몸속에 여의주의 힘을 채워 넣어야만 그 힘으로 1000 년이 되는 날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여의주의 힘으로 승천하며 하늘로 올라가는 이무기의 모습을 누군가 목격 하였을 경우 “용이 하늘로 승천한다”라는 말을 하게 될 때 용으로 승천하며 반대로 용이 아닌 “괴물이다”또는 “큰 뱀처럼 보인다”와 같은 말을 하면 그 말한 사람 단 한 사람의 말에 부정을 타게 되면서 용이 되기 위한 이무기의 999년 364일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용이 되지 못하고 평생을 이무기로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