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림자 소년

그림자 소년 18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1]

kaether 2023. 7.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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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년 18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1]


-으아아아아-

 

깊은 어둠속으로 일행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 쳤다. 얼마나 추락했을까 곧이어 바닥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일행들의 몸을 잠식해 왔다.

 

-풍덩-

 

다행히 바닥은 호수로 이뤄져 있어 일행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제서야 하나 둘 씩 일행들이 물 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우우웁-

 

한편 수영을 못하는 소년은 물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산속에서 자랐던 소년이 물속에서 헤엄칠 일이 없었기에 소년은 수영이라는 것을 할 줄 몰랐다. 그때 기적적으로 누군가가 소년을 낚아채 물 밖으로 구해주었다.

 

-어푸어푸-

 

제일 먼저 물속에서 빠져나온 착호갑사가 소리쳤다.

 

“다들 살아 계십니까!”

 

착호갑사의 목소리를 들은 일행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저는 무사합니다.”
“저도요!”
“다들 괜찮은가!”

 

착호장이 마지막으로 대답하며 일행들을 파악했다. 다행히 일행들은 모두 무사한 듯 보였다. 그렇지만 이곳은 동굴 깊은 곳 어딘가. 여전히 일행들은 동굴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변한 없는 사실이었다.

 

“큰일 이구만 더 깊은 곳으로 들어와 버렸어!”

 

착호갑사 일행 중 한 명이 탄식하는 투로 말하자 이내 다른 일행 또한 천만다행이라는 어투로 대꾸했다.

 

“그래도 여기 있으면 목은 마르지 않겠구만 뭘 그러나”

 

일행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아까 탄식하던 남자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끝났어! 우리는 여기서 굶어 죽고 말거야!”
“에끼 이 사람아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말게나!”

 

남자의 말에 대꾸하듯 다른 일행이 말하자 둘 사이에 작은 말 다툼이 이어졌다. 그러자 보다 못한 착호장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

 

“흩어져서 출구를 찾도록 하자!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야”

 

그의 말에 일행들은 흩어져서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착호장의 말대로 지금은 탈출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동굴 안은 꽤나 넓었다. 곳곳에 깊게 고여있는 호수하며 길게 나있는 통로들 천장에 붙어있는 종유관과 종유석들 그리고 반짝이는 돌들 어디서 빛이 들어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굴 안은 꽤나 밝아서 횃불이 없어도 될 정도였다.

 

그때 흩어졌던 일행 중 하나가 소리쳤다.

 

“대장 박쥐입니다!”

 

동굴 안에 박쥐가 살고 있다는 것은 어딘가 출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출구를 찾을 수 있는 기쁜 소식으로 들렸다. 곧이어 수색을 마친 일행들은 한쪽 통로로 길을 좁힐 수 있었다.

 

“이쪽으로 나가면 통로가 나올 것 같은데요?”

 

착호갑사 일행중 누군가 말하자 아까 툴툴대던 남자가 그의 말에 반박했다.

 

“퍽이나 그러겠다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출구를 찾는다고..”

 

참다 못한 착호장은 툴툴대던 남자를 꾸짖으며 호통을 쳤다.

 

“아까부터 왜 이렇게 징징대는 것이냐! 애도 보는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은 것이냐!”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며 옆에 있던 소년은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의 의견을 굽힐 생각이 없는지 착호장에게 대들며 말을 이었다.

 

“아니 생각을 해보십시오! 아까 위에서 떨어지기 전에도 몇 일을 동굴에서 못 빠져 나왔는데 나간다고 칩시다. 나가면 다 빠진 기력으로 말도 없이 마을까지 어느 세월에 간 답니까!”
“이놈이.. 그래도!”


착호장은 남자를 향해 손을 올렸지만 이내 노승이 그의 팔을 부여잡으며 말렸다.

 

“그만 하시지요! 다들 예민해져서 그런 듯 하니 어서 출구를 찾도록 합시다.”

 

노승의 말에 착호장은 손을 거두고는 말없이 길을 나서자 그를 따라 일행들도 말없이 뒤따라 가기 시작했다. 지금 일행들 모두는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잦은 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일행들은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그때 선봉에서 걸어가던 일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출구입니다.”

 

남자의 말에 일행들은 황급히 달려나가자 다른 일행이 말을 버벅 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 출구는 출구인데…”

 

남자가 말을 버벅거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출구가 사람의 몸으로 나가기에는 불가능 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일행들은 동굴 천장에 뚫려있는 구멍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동굴 천장은 높이가 족히 40척은 더 되어 보이는 높은 곳에 구멍이 나있었고 주변은 타고 올라 갈 수도 없게 항아리 모양으로 경사져 있어서 날개가 없다면 구멍으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거봐요 대장! 내 뭐라 했습니까! 못 빠져나간다고 했죠!”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가 다시 탄식하며 부정적인 투로 말하자 이내 열이 받은 착호장이 남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퍽-

 

남자가 뒤로 쓰러지며 소리쳤다.

 

“아 왜 때려요!”
“이 자식이 그래도…”

 

착호장이 다시 움직이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모든 일행이 착호장을 말리기 시작했다. 아마 착호장이 그를 죽이지 않을까 걱정해서 였다.

 

“대장 참아요! 저 녀석 원래 자주 툴툴대잖아요!”
“이럴 때 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일행들은 착호장을 필사적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제대로 정신이 나갔는지 착호장을 끝까지 도발했다.


“그래 죽일테면 죽여보슈! 어차피 굶어죽으나 맞아 죽으나 다를 것 없으니까”
“그래 내 오늘 너를 아주 묵사발을 내주겠다.”


그의 태도에 더 열이 받은 착호장은 일행들을 뿌리치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때 주변에서 갑자기 괴이한 장난 끼 가득한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키키키키키키키-

 

일행들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곧이어 일행의 시야에는 뿔이 있는 뾰족한 갓을 쓴 청회색의 먹장삼을 입은 작고 뚱뚱한 요괴 한 마리가 바닥을 뒹굴며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요괴는 어찌나 웃긴지 배를 부여잡고 웃을 때마다 옷에 달려있는 요란스러운 색 천들이 펄럭이고 있었다.

 

“네 이놈! 정체를 밝혀라!”


착호장은 요괴를 향해 소리쳤다.

 

“아… 미안 미안”

 

요괴는 어찌나 웃었는지 눈물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일부로 웃으려 던 건 아니야 그냥 너희들이 하는 짓이 너무 웃겨서 그만”

 

요괴는 다시 눈물을 훔치며 웃음을 참는 듯이 보였다. 그런 요괴를 보며 착호장이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냐!”

 

착호장이 묻자 요괴가 대답했다.

 

“나? 나는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장자마리 라고”
“장자마리?”
“그래 그게 내 이름이다.”

 

장자마리는 곧이어 일행들을 헤치고 소년의 앞으로 빠르게 굴러왔다.

 

-데구루루-

 

일행들은 그가 굴러 오는 것을 눈으로 보았음에도 대응 하지 못했다. 그만큼 장자마리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안녕!”

 

장자마리는 소년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넸다.

 

“어.. 그래 안녕”

 

당황한 소년은 장자마리를 보며 덩달아 인사를 했다.

 

“너 왜 인간들이랑 같이 있니? 혼자 나갈 수 있잖아!”

 

장자마리는 바닥에 누워 팔을 괴며 소년에게 물었다. 그러나 소년은 의아한 표정으로 장자마리를 보며 대꾸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혼자 나갈 수 있다니?”

 

그러자 장자마리는 어느새 소년의 코앞에 다가와 소년을 보고는 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맙소사! 진짜 사람 이였네… 근데 왜..뒤에…”
“응? 내 뒤에.. 뒤에 뭐가 있어?”

 

당황한 소년은 자신의 뒤를 보았지만 자신의 등 뒤에는 그림자 뿐이었다.

 

 

소년은 다시 장자마리를 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맙소사! 도깨비 인줄 알았는데 사람이었다니 그것도 아직 살아있는.. 뭐 곧 죽겠지만”

 

장자마리는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며 하늘을 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곧이어 착호장이 장자마리에게 창을 겨누며 말했다.

 

“네 이놈!”

 

그러자 장자마리는 언제 움직였는지 벽 쪽 끝으로 데구르르 굴러가며 말을 이었다.

 

“워~ 워~ 난 싸우려고 온 게 아니야! 진정해!”

 

장자마리의 워낙 재빠른 몸놀림의 일행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굴러가는 것을 눈으로 보았음에도 너무도 빨랐기 때문에

그리고는 장자마리는 착호장에게서 멀리 떨어진 벽에 기대어 소년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내가 도와줄까?”
“도와준다고? 정말?”

 

소년은 순수한 마음으로 물었다.

 

“밖으로 나가게 해줄 수 있어?”

 

장자마리는 언제 다시 바닥에 누었는지 바닥에 누워 귀를 후벼 파며 소년에게 대꾸했다.

 

“그야 물론이지!”
“정말?”

 

소년은 장자마리를 동경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나를 너의 이매망량에 넣어줘!”
“이매망량… 그게 뭐야?”

 

소년은 장자마리의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소년의 반응을 보고 장자마리는 어느새 일어났는지 벽에 머리를 기대며 절규하고 있었다.

 

“맙소사! 정말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러더니 장자마리는 이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차라리 오히려 잘됐어!”

 

-데구르르-

 

장자마리는 소년의 앞까지 다시 빠르게 굴러오며 다시 팔을 괴고 말을 이었다.

 

“이매망량은 말이야! 쉽게 말해서 온갖 요괴들을 말하는 거야 도깨비, 귀신, 요괴 등등 세상에 속한 온갖 요괴들 알겠지?”
“어… 그래 알겠어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소년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눈빛으로 또다시 물었다. 장자마리는 언제 움직였는지 아까 굴러왔었던 벽에 끝에 머리를 기대고 절망에 빠졌다.

 

“맙소사! 어디부터 설명을 해 줘야하지…”
“우와… 너 진짜 빠르구나!”

 

그 모습을 보고 소년은 감탄했다. 너무도 빠른 몸놀림에…

 

그때 대화를 듣고 있던 옆에서 참다 못한 착호장이 장자마리에게 외쳤다.

 

“그래서 우리를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것이냐!”

 

그러자 벽에 머리를 박고 생각에 잠긴 장자마리가 대꾸했다.

 

“기다려봐 잠시 생각 좀하고!”

 

 

그리고는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장자마리는 어느새 소년의 앞에 다시 순식간에 다가오며 물었다.

 

“너 도깨비 왕이라고 들어 봤니?”

 


장자마리는 일행들 앞에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장자마리는 자신이 출구를 알고 있다면서 앞장을 선 것이다. 동굴은 미로처럼 복잡했지만 장자마리는 익숙한 듯 상상치도 못했던 출입구로 이곳저곳 빠져 나갔다. 마침내 그를 따라 어느새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달빛이 그들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소리치며 밖으로 달려나갔다.

 

“어 출구다! 대장 출구가 보입니다!”

 

곧이어 다른 일행들도 전원 동굴 밖으로 나오며 기뻐 소리쳤다.

 

“밖이다!”

 

마침내 약속대로 일행들을 밖으로 안내한 장자마리가 소년을 보며 말했다.

 

“자 아까 내가 말한 것 있지?”
“아까 말한거?…”

 

소년은 장자마리를 보며 당혹해 했다. 장자마리가 요구한 자신을 이매망량 무리의 넣어달라는 요구가 정확히 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뭐야 잊은거야? 요괴가 약속을 안 지키기 있기야? 아! 넌 사람이었지!”

 

장자마리가 기겁하다 이내 사람이라고 단정 지으며 말하자 소년은 손을 내저으며 그에게 대꾸했다. 약속을 안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아서

 

“아니 아니 그런게 아니라 이매망량에 어떻게 껴 주는 건데.. 뭔지 일단 설명을 해줘야 하지..”

 

소년의 말에 장자마리가 대꾸했다.

 

“뭐… 그래 일단은 내가 너의 그림자로 들어갈게 너는 허락만 하면 돼! 그 뒤에 자세한 설명은 내가 나중에 해 줄게 알겠지?”
“허락? 어떻게 하는건데? 그냥 허락만 하면 돼? 무슨 법령을 읆는 다거나 그런 거 없이?”
“아니 그냥 허락만 하면 된다니까!”

 

그러자 장자마리는 답답한 듯 소년을 보며 양손을 펴 보이며 말하고 있었다. 소년은 일단 외쳤다. 정확히는 이게 맞는 건가 생각하며 장자마리의 말대로

 

“알았어… 그럼 허락!”

 

 

주변에는 정적이 흐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보였다. 소년은 자신이 실수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허락 한거야?”

 

장자마리가 의심의 눈초리로 소년을 보고 있었다.

 

“어? 어!”

 

그러자 다급히 소년이 대꾸하자 장자마리는 소년의 그림자로 이내 사라졌지만 소년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장자마리가 아까 처럼 빠르게 어딘가로 이동했다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