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년 19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2]
장자마리
도깨비의 일종으로 장난끼가 많아 익살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며, 인간에게는 딱히 큰 해를 가하지는 않는다. 도깨비 답지 않은 귀여운 외형을 하고 있으며 둥그런 그의 몸통과는 달리 재빠른 몸놀림이 특징이다.
“어? 어디갔지?”
소년은 장자마리를 찾으려 두리번거려 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장자마리는 코 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진 장자마리에게 고마운 감정과 섭섭한 감정이 교차했지만 지금은 이곳을 나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앞서가던 노승이 소년을 불렀다.
“은휼아! 우리도 어서 가야지!
“아.. 네! 스님”
소년도 노승의 뒤를 급히 쫓아갔다.
“헌데 아까 그 아이가 안 보이는 구나?”
노승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장자마리의 행방에 대해 묻자 소년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한 투로 그에게 대꾸했다.
“그러게요 갑자기 사라지더니 안보이네요.. 고맙다고 인사도 못했는데..”
“다음에 만나면 답례라도 하자꾸나! 안 그렇습니까 착호장님?”
노승이 착호장에게 묻자 착호장은 이내 츤츤거리며 답했다.
“정신 사납기만 하지 차라리 잘됐습니다. 뭐 그래도.. 아까 소리친 것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네요”
착호장은 아까 장자마리에게 소리친 것인 내심 마음에 걸리는 듯 보였다. 장자마리 덕분에 탈출했으니 적어도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였다.
착호장은 쑥쓰러운지 급히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그것보다 이제 마을까지 얼마나 걸어가야 할까요? 아무래도 한참을 가야 할 것 같은데 큰일 이군요”
그렇게 일행들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도 그럴 것이 근 사흘 동안 물 빼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기운이 없을 만도 했다. 그때 정적을 깨듯이 그들의 귓가에 사흘 내내 울리던 익숙한 소리가 들려 왔다.
-꼬르륵-
여기저기서 뱃속에서 배꼽시계가 울려댔다.
-꼬르륵-
소년의 뱃속에서도 배꼽시계가 울리던 차에 나뭇가지 틈으로 익숙한 무언가 보이는 것을 발견하였다. 소년은 기쁜 듯이 소리쳤다.
“산딸기다!”
소년은 기쁜 듯이 나뭇가지 틈으로 달려갔다. 오랜만에 보는 산딸기라 그런지 소년의 가슴은 첫사랑을 만난 것 마냥 뛰기 시작했다.
“은휼아 그렇게 뛰다 간 다친다!”
노승은 갑자기 뛰쳐나간 소년을 쫓아가며 외쳤다.
“우와 산딸기다! 산속에 있을 때 자주 먹었었는데”
소년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웃옷을 바구니 삼아 산딸기를 열심히 담기 시작했다. 곧이어 다른 일행들도 소년의 곁으로 모여 들었다.
“오! 산딸기네?”
일행들도 이내 산딸기를 보고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마침 배가 등 가죽까지 들러 붙으려 던 찰나 였던 지라 일행들은 지체하지 않았다.
남자는 입에 빨간 산딸기 즙을 묻히고는 착호장에게 말했다.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대장!”
“흠흠 그래도 맛은 제법 있구나!”
착호장은 내심 체통을 지키느라 다른 일행들보다는 손은 느렸지만 그 역시도 배고픔을 이길 수는 없었는지 그의 입가에 묻어 있는 빨간색 과즙이 증명해주었다. 비록 산딸기였지만 사흘을 굶은 일행들에게는 진수성찬과도 같았다.
-스르르-
그때 숲 속에서 스산한 기운을 풍기는 무언가 일행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일행 중 한 명이 다가 오는 횃불들을 보며 놀라자 다른 일행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어? 대장! 횃불들이 보이는데요?”
“다행이다. 사람 들이다!”
“여기 사람 있어요!”
사람이 반가운 듯 착호갑사 일행들은 호들갑을 떨며 손을 흔들었다. 그들을 보며 착호장은 부끄러운 듯 그들을 제지했다.
“우리가 무슨 조난 당한 것도 아니고 이제 마을만 가면 되는데 뭐 이리 호들갑인 것이냐! 그쯤 해둬라!”
착호장의 말이 끝나게 무섭게 횃불들은 일행들을 길게 둘러싸며 겹겹이 모이자 근방을 다 메울 정도로 많아 보였다. 그러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일행이 말했다.
“대장 뭔가 이상한데요?”
“뭐가 말이냐!”
“무슨 전쟁이라도 났답니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는데요?”
남자의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일행들은 그냥 마을로 빨리 가길 바랄 뿐 도움이라 고는 그저 요기를 때울 먹을 것 정도 얻어먹을 요량이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모여드는 불빛들은 수상할 정도로 많아 보였다.
“저희는 수상한 자 들이 아닙…니다?”
일행 중 한 명이 다가오는 횃불들을 향해 말 하려던 순간 남자는 그제서야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들 앞에는 다가오는 횃불들만 있을 뿐 정작 횃불을 들고 있어야 할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끄아! 도..도깨비다!”
남자가 소리치자 일행들 역시 화들짝 놀라며 경계 태세로 돌입했다.
곧이어 횃불들에서 괴상한 웃음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꺄르르르르-
당황한 일행들은 횃불들을 향해 무기들을 겨누며 서로 등을 맞대었다.
“너희들은 또 뭐냐!”
착호장이 소리쳤다.
-꺄르르르-
횃불들은 착호장의 말이 우스운지 웃음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때 소년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이런 귀찮은 녀석들이 찾아왔네}
순간 화들짝 놀란 소년은 등 뒤를 돌아봤다.
…
소년의 등 뒤에는 일행들의 그림자들만 모여있었다.
“왜 그러느냐 은휼아!”
노승이 소년을 보며 묻자 이내 소년은 잘못들은 걸로 생각했다.
“아니예요..”
그런데 어느새 일행들 앞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장자마리가 횃불들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말하고 있었다.
{훠이 훠이 너희 자리는 없으니까 다들 이만 가보라고}
“어? 너는 아까는 대체 어디 갔었던 거야?”
소년이 장자마리에게 묻자 장자마리는 소년을 돌아보며 대꾸했다.
“가긴 어딜가 계속 같이 있었구만”
“같이 있었다고?…”
“하… 나를 투명 요괴 취급하는 녀석은 또 처음이네…”
장자마리는 한 손으로 이마를 메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때 횃불들 사이에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나도 껴줘}
{나도 나도}
{갸르르르르}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함께 횃불들은 일행들을 향해 수군대며 말을 걸어왔다. 장자마리는 다시 횃불들에게 황급히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몇 번을 말해! 훠이 훠이 다들 이만 가봐 너희들 자리는 없다니까}
그러자 소년이 장자마리에게 다가 오며 물었다.
“너는 뭔가 알고 있지?”
{뭐가?}
“이 횃불들! 우리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소년이 묻자 이내 장자마리는 횃불들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급히 말을 돌렸다.
{아! 이 녀석들 신경 쓰지마! 어차피 약한 애들이라 도움도 안돼!}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해줘”
소년이 진지하게 묻자 장자마리는 하는 수 없이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 그래! 이 몸이 안 알려주면 누가 알려주겠어 잘 들어! 우리 도깨비들의 세계에서는 그러니까 중촌이라고 부르지 이 중촌에서는 100년에 한번 씩 도깨비들의 왕을 정하고 있어 물론 예외인 도깨비들도 몇 몇 있긴 하지만 어차피 그놈들은 이쪽에 관심이 전혀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다시 본론으로! 도깨비들의 왕이 되기 위해선 조건이 있어! 첫째!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 그 힘은 이무기 정도 쯤은 혼자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야 해! 그리고 둘째! 강력한 이매망량 무리들을 휘하에 둘 것! 제 아무리 혼자 강해봤자 그를 따르는 요괴들이 없으면 왕이 될 자격이 없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선대 도깨비 왕에게 인정을 받을 것! 도깨비 왕이 된다는 것은 중촌의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그렇기에 어떤 도깨비 왕이 새로 탄생 되는냐에 따라 중촌의 관한 법과 요괴들의 행동 강령 등 중촌의 많은 것들이 도깨비 왕에 의해 좌지우지 되거든… 그걸 선대 도깨비 왕에게 인정을 받은 도깨비 만이 후대 왕이 될 수 있지 여기까지 내 말 알아 듣겠..}
장자마리의 말이 길어 지자 소년은 장자마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근데 그게 저 애들이 우리한테 모이는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
{쟤네들? 그야 당연히 자기들도 너의 이매망량의 끼워 달라고 모인 거지}
“내 이매망량?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아 상관없어! 어차피 될지 안될지도 모르지만 이매망량 무리의 있는 요괴들은 다른 요괴들이 건들기 힘들거든! 쟤들은 그것 때문에 그러는거야. 다른 요괴들로 부터 지켜 달라고 말이야!}
"지켜 달라고?"
{그래!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맘때 즘이면 도깨비 왕이 되려는 강한 요괴 후보들이 경쟁하거든 그래서 우리.. 아니 쟤네 들처럼 약한 요괴들은 그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왕이 결정될 때 까지 그냥 조용히 숨어 지내거나 아니면 무리를 이루는 것이 살아남기에 유리 하거든 뭐.. 어차피 너가 왕이 되는 건 기대도 안 하지만… 그래도 쓸 만 한 놈들로 무리를 모아야 다른 무리들이 우리들을 안 건들고..}
“그럼 내가 허락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허락하면 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의 그림자 속의 있다가 다시 나처럼 …}
순간 이상함을 감지한 장자마리가 언성을 높여 물었다. 혹시라도 소년이 허락 할 것이 걱정되어서 말이다.
{설마! 허락하려고?}
“응!”
{맙소사! 쟤들은 약한 애들이라 혹시 라도 나중에 다른 요괴들하고 싸울 때…도움도 안되는…}
소년은 고개를 돌려 횃불들을 향해 말했다.
“허락할게 애들아!”
{맙소사! 망했어! 망했어!}
장자마리는 쭈구리고 앉아 짧은 두 손을 자신의 머리에 이고 절망했다.
그러자 마침내 횃불들이 소년에게 수군대기 시작했다.
{정말?}
{우아아아아 우리도 대장이 생겼어!}
횃불들은 기뻐하며 수군대고 있었다.
소년은 횃불들을 보며 이름을 물어보려다 망설이며 말끝을 흐렸다. 횃불들의 이름들을 모두 기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이름은 뭐니… 너무 많아서…”
그러자 이내 횃불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유엽화야!}
{맞아 유엽화!}
{유엽화들 이라고 불러줘!}
횃불들은 자신들을 유엽화라 부르라며 말하고는 소년의 그림자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 유엽화들아 잘 부탁해!”
소년이 말하자 이내 그 많던 유엽화 들은 소년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그 많던 유엽화들이 사라지자 주변은 달빛에 의존하여 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장자마리는 쭈구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땅을 긋고 있었다. 그는 퉁명스럽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칫.. 이렇게 아무나 받아줘서 잘도 도깨비 왕이 되겠다. 다른 후보들한테 사냥감이 되려고 아주 작정을 했어 작정을..}
장자마리가 그러든 말든 소년은 다시 장자마리 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너도 잘 부탁해! 장자마리야!”
{칫 됐어!}
장자마리는 다시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소년의 그림자로 사라졌다.
“은휼아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눈 앞에 벌어진 상황에 놀란 노승이 소년에게 묻자 이내 착호갑사 일행들의 소년을 향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신비한 재주를 가졌구나!”
“예사 보통 아이가 아니구나?”
“혹시 너 무슨 도술도 쓸 수 있는 것이냐?”
“그러고 보니 혹시 스님도?”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 일행이 노승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자 이내 그들의 시선이 노승에게로 쏟아졌다.
이에 당황한 노승은 양손을 들어 보이며 결백하듯이 대꾸했다.
“허허허 그럴리가요 .. 저는.. 그냥 평범한 승려일 뿐입니다.”
…
그러자 착호장이 일행들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자자 다들 정신 차리고 이제 마을로 가야지! 이러다 언제 도착하려고”
착호장은 다른 일행들처럼 소년에게 딱히 질문을 하지 않고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그는 소년에게 일어난 일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착호장도 소년에게 궁금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다만 그날의 기억만 없었다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이 착호장의 머릿속에 다시 회상되는 순간이었다. 착호장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이 아이도 혹시 그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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