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림자 소년

그림자 소년 21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4]

kaether 2023. 8. 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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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년 21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4]


그슨새

 

일반적인 요괴나 귀신들과 달리 낮에 돌아다니며 혼자 있는 사람을 해치고 홀려서 죽인다고 전해진다. 그슨새가 혼자 있는 사람들 만을 노리는 이유는 그슨새가 홀리고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 말을 걸게 되면 그슨새의 정신 조작이 풀리게 되어 그슨새는 사람을 죽일 수 가 없기 때문이었다.


착호갑사 일행들과 헤어지고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소년과 노승은 깊은 산속을 걷고 있었다.

소년이 들뜬 목소리고 노승에게 말했다.

 

“스님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노승은 그를 보며 나지막이 대꾸했다.

 

“여기가 너 가 살던 곳이구나”
“예 맞아요 스님”

 

소년은 마음이 급한 듯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어느덧 일행은 소년이 살았던 곳까지 당도했던 것이다.

소년은 황급히 뛰쳐 가며 혹여 라도 어머니가 먼저 와 계실까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동굴 안은 소년이 떠나기 전과 그대로 처럼 보였다. 뒤늦게 따라온 노승이 소년을 부르며 쫓아 왔다.

 

“은휼아 같이 가자꾸나!”

 

그러나 소년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작은 몸집의 소년의 뒷모습이 오늘 따라 유독 작아져 보였다. 노승은 소년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불렀다.

 

‘상심이 크겠구나 어린것이 쯧쯧쯧 하늘도 너무하시지…’

 

“은휼아…”

 

노승은 소년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며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은휼아?”

 

노승이 소년을 조심스럽게 다시 부르자 마침내 소년이 대답했다.

 

“네…스님..”

 

소년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왜 울고 있는 것이냐?”

 

노승이 묻자 소년은 이내 울먹거리며 노승에게 물었다.

 

“흑흑…스님… 저는 흑흑…버림 받은 것일까요? 분명 어머니께서 오신다고 했는데…”

 

말을 끝맺지 못하는 소년은 그간 참아왔던 울분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소년은 이제서야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 오지 않을 것임을 마침내 깨달은 것이다. 소년은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으아아아아-

 

소년의 서글픈 목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펴졌다. 노승은 소년을 안아주며 소년의 슬픔을 옆에서 묵묵히 바라보았다. 

 

“은휼아! 그래.. 맘껏 울거라! 여긴 우리 둘밖에 없으니 울고 싶을 때 맘껏 울거라!”

 

소년은 하염없이 어머니를 부르며 울었다.

 

-으아아아아 어머니…-

 

그렇게 얼마나 울어 댔을까 그의 눈가에서 더 이상 쥐어짜낼 눈물도 없어 보였다. 이제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은 소년의 얼굴에는 눈물이 마른 채 소금이 되어 있었다.

노승이 소년에게 차분하게 물었다.

 

“이제 괜찮으냐?”

 

소년은 소매로 눈물을 애써 닦아내며 답했다.

 

“흑흑.. 괜찮습니다…”

 

노승은 사실 소년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것을 진작 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년을 처음 봤을 때 부터 그의 옷차림이나 그의 집이 이런 깊은 산속에 있는 것까지 아마 소년을 보면 그가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전쟁 중에 고아 중에 하나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 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소년을 따라 소년이 살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 왔다. 그가 굳이 이런 수고를 하면서 까지 소년과 같이 온 것은 소년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노승은 소년에게 말했다.

 

“은휼아 나와 함께 우리 절로 가자꾸나”
“그럼… 어머니는… 어떻게 만나죠…”

 

소년은 아직 어머니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듯 했다.

 

“나와 함께 수도로 가서 어머니를 한번 찾아 보자꾸나!”

 

노승은 소년이 슬퍼할 것을 생각해 직설적으로 애기는 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소년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노승을 바라보았다.

 

“수도로 가면 어머니를 찾을 수 있을까요?”
“글쎄다 … 그래도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구나! 혹시 아느냐? 너의 어머니께서 너가 수도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오실지…”

 

소년은 다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노승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저를 찾으시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그럴수록 움직여야 하지 않겠느냐? 너가 이런 산속에서 혼자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며 잘 지내고 있어야 어머니가 너를 찾아오실 때 더 기뻐 하실거다. 너도 그렇게 생각 하지 않느냐?”

 

 

소년은 대답 없이 그저 땅만 보고 있었다.

사실은 소년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음속 한 켠에서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소년이 대답이 없자 노승이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휼아? 어떻게 생각 하느냐”

 

노승이 다시 묻자 소년은 이내 다시 기운을 차린 듯 씩씩하게 말을 이었다.

 

“맞아요 스님! 이러고 있는 것은 분명 어머니께서도 좋아하시지 않을 거예요. 어머니께서는 항상 저에게 당부하셨어요. 사내대장부처럼 행동하라고요”
“그래… 은휼아 잘 생각했다. 그럼 이제 그만 가자꾸나!”

 

그렇게 소년과 노승은 다시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대장! 유엽화들을 찾았습니다.”

 

길달이 책을 읽고 있는 남자에게 말하자 남자는 곧이어 부채를 펴 들고 길달을 쏘아보았다.

 

“그런데… 잡았느냐?”
“죄송합니다. 잡지는 못했습니다.”
“잡지도 않아 놓고 나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냐?”

 

남자가 호통을 치자 주변에 스산한 바람이 일렁였다.

 

“죄…죄송합니다. 그것이 저도 들은 것이라… 지금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봤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남자가 다시 길달을 쏘아보며 물었다.

 

“마을?”
“예 유엽화를 찾으러 갔던 이매망량 들로부터 서신을 받았습니다.”

 

남자가 까칠한 말투로 길달에게 명령했다.

 

“말해 보거라!”
“예 서신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유엽화의 추적을 맡은 이매망량들은 산속에서 유엽화들의 무리를 발견하였는데 그 무리들이 어느 거대한 기를 가진 착호갑사 일행들과 함께하여서 유엽화들을 데려 올 수 없었다고 합니다.

 

남자는 이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으나 도통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착호갑사 일행들이라… 착호갑사들 중 그런 기를 가진 자가 있었나?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기이길래 유엽화 들이 감히 나에게 도망쳐서 그쪽에 붙을 생각을 한단 말인가…”

 

남자가 생각에 잠기자 길달이 이어서 말했다.

 

“그들을 추적해보니 지금 지방에 있는 산간 마을에 현재 머무르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남자는 길달이 말한 거대한 기를 가진 착호갑사가 궁금하였다.

 

“다른 이매망량들을 풀어서 유엽화 들을 내 앞으로 끌고 오거라! 혹여 라도 그 거대한 기를 가진 자를 보거든 나에게 즉시 알리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길달은 곧이어 여우의 모습으로 변하고는 사라졌다.


소년과 노승은 수도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새 다시 기운을 되찾은 소년이 노승에게 물었다.

 

“스님 수도는 어떤 곳입니까?”
“수도는 일단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곳이다. 아마 너 가 살면서 봐왔던 모든 사람들보다도 수도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야.”

 

노승의 말에 소년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정말입니까? 그렇게나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니 도대체 수도는 얼마나 큰 곳 입니까?”
“허허 아주 크단다! 은휼아 너가 생각 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노승에 말에 소년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노승이 말 한대로 수도라는 곳이 그렇게 엄청난 곳이라면 그곳에서는 필시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다면 분명 어머니도 만날 수 있을 거야..’

 

소년은 노승을 보채며 물었다.

 

“스님 빨리 가보고 싶어요! 언제 도착하나요?”

 

노승은 그런 그를 보며 너털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허허허 녀석! 아직 가려면 한참 멀었단다!”

 

그렇게 그들은 한참을 수도에 대해 떠들며 길을 떠나고 있었다. 그때 그들 앞에 시커먼 무언가 그들 앞에 갑자기 튀어 나왔다. 그들의 시선이 눈앞에 있는 시커먼 형체에게 고정되었다.

 

-스르륵-

 

아직 벌건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그 형체는 누가 보아도 요괴처럼 스산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노승은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아니 저건…”

 

노승이 시커먼 형체를 보며 멈춰서자 소년도 이내 그 형체를 보며 물었다.

 

“스님 … 저것은 무엇입니까?”

 

소년이 걱정스러운 듯 노승에게 물어 보자 이내 노승도 잘 모르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저 불길하다는 거 외에는 그가 아는 것은 없었기에

 

“나도 잘 모르겠구나…”

 

그때였다 소년의 그림자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슨새네… 그것도 혼자서”

 

장자마리는 소년의 그림자에서 나와 그슨새를 보고 있었다. 소년 또한 궁금했는지 장자마리에게 물었다.

 

“아는 애야? 너 친구니?”

 

장자마리는 화들짝 놀라며 격렬하게 손사레를 치며 대꾸했다.

 

“친구는 무슨. 쟤는 사람을 해하는 악귀라고 악귀!”

 

그렇게 장자마리가 떠들고 있는 동안 그슨새는 일행들을 향해 점점 다가 오고 있었다.

노승은 자신의 지팡이를 휘두르며 그슨새에게 외쳤다.

 

“썩 물러가지 못할까!”

 

장자마리의 말을 들은 노승은 그슨새가 악귀라는 것을 알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자마리는 별것 아니라는 듯 노승을 제지하며 그슨새에 대해 애기 해주었다.

 

“아 냅둬도 돼! 어차피 혼자만 안 있으면 쟤는 아무것도 못해!”
“근데… 왜 우리한테 오고 있지? 할 말이 있나?”

 

그 말을 듣고 있던 소년이 궁금한 듯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장자마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자기도 우리 이매망량에 넣어달라는 애기겠지”

 

-스르르르르-

 

그때였다. 갑자기 나타난 대충 어림잡아도 10마리 쯤은 되어 보이는 그슨새 무리들이 일행들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장자마리가 소리쳤다.

 

“뭐야.. 10마리 잖아…”

 

그슨새들은 일행들에게 곧바로 빠르게 다가 오며 각자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곧이어 노승과 소년 그리고 장자마리는 그슨새들에게 홀려 얼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 나는 요괸데.. 왜..”

 

당황스러운 듯이 장자마리가 중얼거렸다.

 

-갸르르르르-

 

일행들이 그슨새들에게 모두 홀려 버리자 그러자 유엽화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년의 그림자에서 나온 유엽화들은 일행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유엽화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 그슨새들은 어찌 손을 써야 할지 당황스러운 기색을 비쳤다.

 

-꺄르르르르르르

 

유엽화들의 웃음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일행들은 자신들에게 달라 붙어 있는 그슨새들을 떼어냈다.

 

“이…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그슨새들이 까불고 있어!”

 

장자마리가 그슨새의 머리 위로 점프해 발차기를 날리며 외쳤다.

장자마리는 그러고도 분한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그슨새 들의 발목을 차며 돌아 다녔다.

장자마리의 체구가 작아서 그런지 그슨새 들에게 그다지 위협적인 타격은 없어 보였지만 장자마리는 지금 굉장히 화가 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