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림자 소년

그림자 소년 15화 [착호갑사 4]

kaether 2023. 7. 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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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년 15화 [착호갑사 4]



-콰르르릉-


천둥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지는 산속에서 소년은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소년은 무서웠다. 바로 등 뒤에서 범이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크와와왕-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범이 포효와 함께 소년을 덮쳤다.

 

-으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소년은 잠에서 깼다.


“악몽이었구나..”


소년을 악몽을 꾸었던 것이었다. 그제서야 자신에 시야에 들어온 주변을 살펴본 소년은 또 다시 공포를 느꼈다.

주변은 사방이 돌로 이루어져 있는 암석 동굴인 듯 보였다. 동굴 안은 달빛이 드리워져 동굴 안까지 흘러 들어와 소년의 시야를 어렴풋이 밝혀 주었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다.

 

-크르르릉-


그때 범의 울음소리가 동굴에 메아리쳤다. 소년은 숨을 죽이며 바닥에 죽은 척 드러 누웠다.

 

-크르르릉-


다행히 범은 소년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갔다.

 

“휴 다행이다!”


소년은 그제서야 안심하며 상황을 살피었다.

 

-크와와왕-


그 순간 또 다른 범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소년에게 쏜살같이 다가왔다.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다가 오는 범을 보자 소년은 다리에 힘이 풀려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떨고 있었다.

 

-후들후들-

 

소년의 다리는 사시나무 흔들리듯 떨리고 귓가에는 쿵쾅대는 심장 소리가 울리며 소년은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그저 무섭다 라는 감정만이 소년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다가 오는 범을 보며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년은 금방 이라도 주저 앉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소년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스님 살려 주세요 ~’

 


“은휼아! 은휼아!”


노승이 산속을 뒤지며 소년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산에 퍼져 나갔다. 이에 착호장이 노승에게 말을 건네며 안심시켰다.

 

“금방 찾을 겁니다!”

 

착호장에 생각에 아마 범들이 소년을 해 했을리는 없다고 생각해서 였다. 착호장은 알고 있었다. 범들이 물고 간 소년은 자신들을 끌어 내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렇기에 착호장은 곧이어 범들의 소굴을 찾을 수 있을거라 확신했다.

착호장이 선봉에서 찾고 있던 일행들에게 물었다.

 

“찾았느냐?”

 

그러자 선봉에 있던 일행들이 답했다.

 

“놓친 것 같습니다!”
“분명 근방에 놈들의 본거지가 있을 터이니 샅샅이 뒤져라!”


착호장이 일행들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그렇게 일행들이 소년을 찾는 와중에 설상가상 산에는 폭우까지 쏟아지기 시작해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쿠르르르릉-

 

추적에 난항을 겪던 중 그때 뒤에 있던 일행이 다급히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 발자국들이 있습니다.”

 

착호갑사 무리 중에 추적에 특화된 자가 앞장서 발자국을 따라 가기 시작했다.

착호장은 말했다.

 

“비가 더 거세지기 전에 소년을 찾아야 할 것이다.”

 

-콰르르릉-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폭우가 더욱 거세지자 일행들은 산행에 또 다시 난항을 겪고 있었다. 폭우로 인해 범들의 발자국들이 그만 빗물에 쓸려 나가 버려서 였다. 한 남자가 착호장에게 말했다.

 

“대장 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착호장은 대답이 없었다.

 

“대장 이러다 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답답한지 남자가 다시 한번 말하자 그때 빗속을 뚫고 범의 포효 소리가 일행들의 귀에 들려왔다.

 

-크와와왕-

 

“근처다!”


일행들은 범의 포효 소리를 쫓아 갔다. 잠시 후 일행들이 소리를 따라 다다르자 범의 소굴로 보이는 동굴이 그들 앞에 나왔다.

 

“대기!”


착호장은 일행들에게 작전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착호장은 침착하게 일행들에게 함정 설치, 선봉, 지원 사격 등 역할을 배분했다. 그들이 그동안 범을 상대 할 때 해오 던 정석적인 지시였다.


“자 선봉대는 나와 함께 들어 간다.”

 

착호장과 함께 선봉대가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수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동굴 입구를 겨누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자 밖에 들려오는 빗소리가 동굴 안에서 작게 메아리 치며 소리가 잦아 들었다.

착호장이 선봉대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며 신신당부 하며 말했다.

 

“명심 하거라! 우리의 목표는 아이를 구하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범은 밖에 설치한 함정으로 유인해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봉대들은 쓰러져 있는 소년을 마침내 발견할 수 있었다. 전형적인 범의 습성을 고려해서 찾은 결과 였다.

 

착호장이 황급히 다가가 소년을 일으키며 깨웠다.


“아가 일어나봐라!”

 

그러자 소년은 이내 의식을 차리며 일어났다.

 

“으으..아저씨…”


소년은 착호장을 보고는 다시 쓰러졌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크게 외상은 없는 듯 보였다.

 

“그래도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것 같구나!”


소년을 구출한 착호장은 선봉대들과 함께 동굴을 나섰다. 선봉대들이 동굴 밖으로 조심스레 향하던 중 그때 비명 소리가 동굴 안에 메아리치며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 왔다.

 

“으아아아 살려 주세요!”


또렷이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 분명 이건 사람의 목소리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사람 비명 소리인데!”
“대장 안쪽에서 들려 오는 것 같습니다.”


남자는 또 다른 동굴 안쪽을 가리키며 착호장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동굴 안쪽에서 다시 한번 소리가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다.

 

“살려 주세요!”

 

선봉대는 서둘러 비명 소리를 따라 달려갔다. 혹시 라도 소년 이외에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한편 밖에서는 동굴 안쪽으로 들어간 선봉대들을 지원 사격하기 위해 일행들이 매복 중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상황은 설상가상 비는 아까보다 더욱 거세게 쏟아져 그들의 시야를 어렴풋이 가리는데 일조 하고 있었다.

 

“비도 오는데… 오늘 우리 살아 돌아갈 수 있겠지?”

 

남자가 말하자 곧이어 옆에 있던 일행이 말했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경계나 똑바로 해! 범이 나오면 바로 쏴야 한다.”

 

-콰르르릉-

 

우레와 같은 천둥이 치며 비는 여전히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일행들은 비에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다되었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이상하다!”
“그러게 말이야”

 

착호갑사 들의 애기가 오가는 그 순간 풀숲에서 갑자기 범이 튀어 나왔다.

 

-크와와앙-

 

쏜살같이 다가온 범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내의 목을 물어 뜯었다.

 

“으아아아 범이다!”


그러자 상황을 인지한 착호갑사들은 이내 대열을 갖추며 범을 향해 쇠내를 겨누었다. 사수가 쏜 쇠내가 곧장 범에 모가지에 꽂히자 이내 옆에 있던 사내들이 범의 몸통을 창으로 깊게 찔러 넣었다. 그들의 조직적인 연계의 성과 였다. 마침내 범은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잡은건가?”
“자네 괜찮나?”


쓰러진 범을 치우고는 일행이 물었으나 쓰러진 착호갑사는 대답이 없었다.

 

 

순간 불길함을 감지한 일행들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범들을 보고 기겁했다. 그들에게 달려오고 있는 범들은 한 두마리가 아니었다. 적어도 수 십 마리는 되어 보이는 수의 범들이 사납게 그들을 향해 날카로운 기세로 달려오고 있어서였다.

 

-크와와앙-


사방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범들을 보고는 착호갑사 들의 대열은 혼비백산 흩어져 있었다.

그 순간 착호장을 대신해 우두머리 역할을 잠시 맡은 창을 든 착호갑사가 일행들을 대신해 범들의 앞을 가로 막으며 일행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동굴까지 뛰어!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빨리!”

 

남자가 범들을 대신해 막고 있는 사이 일행들은 동굴로 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이 자식들! 내 혼자는 안 죽는다!”

 

남자는 악을 쓰며 사방에서 달려오는 범을 상대 해보았지만 이내 범들에게 사지가 물어 뜯기며 그의 비명 소리가 빗속을 뚫고 퍼져나갔다. 그러자 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착호갑사 하나가 이성을 잃고 범들을 향해 쇠내를 겨누며 소리치며 달려 나갔다.

 

“으아아아아 이 자식들 가만 안둬!”
“안돼! 가지마!”


옆에 있던 동료가 말려 보았지만 남자는 이미 달려가 범들에게 사지를 뜯기고 있었다.

동굴 입구까지 달려온 일행들은 이내 동굴밖에 있는 범들을 향해 쇠내를 겨누며 견제해 가까스로 동굴 안쪽으로 들어 올 수 있었다. 얼마나 이 평화가 갈지는 모르지만 밖에 보다는 범들의 공격을 막기에는 이쪽이 수월해 보였다.

 


한편 선봉대들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이쯤에서 들렸는데”

 

마침내 안쪽으로 들어오자 그 순간 선봉대들의 눈앞에는 커다란 범이 서 있었다. 범의 크기는 다른 범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거대했으며 범의 입에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려 주세요!”

 

 

아까 들려왔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순간 착호장은 아까 봤던 사수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말이 사실이었구나!’

 

아까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사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특히 유난히 거대한 범을 조심하라고 그 범의 입에서는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고 말이다. 상황을 인지한 착호장은 일행의 선봉에 서며 거대한 범을 향해 창을 겨누며 외쳤다.

 

“네 이놈 네가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낸다는 그 교활한 범이렸다. 내 오늘 너의 숨통을 끊어 너의 가죽을 벗겨주겠다.”

 

그러나 착호장의 기세와는 다르게 범은 착호장을 가볍게 무시라도 하는 듯 어슬렁거리며 일행들을 노려 보았다. 마치 언제라도 죽일 수 있는 사냥감에 대한 자신감처럼 말이다.

 

-크와와와앙-

 

곧이어 거대한 범이 일행들을 향해 포효하자 일행들의 사지가 떨리기 시작했다. 일행들의 귓가에 착호장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정신 똑바로 차리거라!”

 

착호장의 호통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선봉대들은 이내 착호장의 옆으로 다가와 능숙하게 대열을 갖추었다.

 

“밖에 있는 일행들을 불러야 할까요?”
“대장 이런 범은 처음 봅니다!”

 

선봉대들은 착호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있는 범에 대한 애기는 생전 듣도 보도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착호장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말이 많아졌다.

 

착호장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일단 범에게 소리치며 호기롭게 나섰지만 정석대로 함정을 설치하고 그쪽으로 이끌어야 아군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착호장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곳까지 범을 어떻게 유인 하냐는 것이었다. 지금 이대로는 자신들에게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였다. 범이 거대한 앞발로 선봉대를 후려치자 선두에 있던 남자가 옆으로 날아가고 곧이어 범은 쏜살같이 옆에 있던 사람을 물어 동굴 밖으로 뛰쳐 나갔다.

 

육중한 몸과는 달리 몸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육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매우 빨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으아아아 살려줘!”


범에게 끌려간 사내의 외침이 동굴에 메아리치며 점점 멀어져 갔다.

 

“쫓아라!”


일행들은 착호장을 따라 범을 쫓아갔다. 동굴 안은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범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대장 또 다른 길입니다.”

착호장은 신중해야 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동료들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지금 아마도 범의 간사한 꾀에 넘어간 듯 보였다. 이럴수록 정석대로 가야 한다 착호장은 생각했다.

착호장이 일행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놈의 꾀에 넘어간 것 같다. 동료들을 불러 동굴 안쪽까지 함정을 설치해서 잡아야지 이런 식으로는 절대 놈을 잡을 수 없을 것이야!”

 

잠시 후 일단은 일행들을 부르러 그들은 자신들이 들어왔던 곳으로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이어 자신들이 들어 왔던 동굴 입구에서 밖에 있는 범들과 대치 중인 일행들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 왔다.

 

“어? 대장!”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일행 쪽이었다. 황급히 일행과 합류한 선봉 대원 들은 입구 앞에서 으르렁 거리는 범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착호장 은 자신들이 완전히 범의 꾀에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착호장이 다시 일행들에게 작전을 설명해 나갔다.

 

“계획이 바뀌었다. 함정을 동굴 안쪽에 설치 해 범들을 유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