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6

그림자 소년 39화 [천적 5]

그림자 소년 39화 [천적 5] 한편 비형랑은 강철이를 반쯤 빈사 상태로 만들어 놓은 뒤 수도에 도착했다. 비형랑을 뒤따라온 길달이 그에게 물었다. {대장 강철이를 저리 놔둬도 괜찮을까요?} {냅둬라! 짓 까지게 날뛰어 봤자지! 지금은 조정의 일이 먼저다.} 그때 비형랑의 수하 요괴가 그들을 찾아왔다. {대장 큰일 났습니다.} 비형랑은 문득 불길함을 느꼈다. “또 무슨 일이냐!” {노승과 소년 일행이 간밤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뭐시라… 하필 이런 때에” 역모에 성공한 비형랑과 좌의정 (이건명)의 세력은 도성을 장악한 뒤 새로운 왕이 될 후보를 추리고 있었다. 이것 역시 병조판서 자리를 맡게 된 비형랑과 이 대감의 계획이었으므로 이들의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렇지만 비형랑의 계획에 차..

그림자 소년 38화 [천적 4]

그림자 소년 38화 [천적 4] 거구의 도깨비는 앉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도깨비 왕의 크기와 맘먹을 정도였다. 그런 그의 몸에 나아있는 6개의 팔 그리고 이마에 솟아있는 두 개의 뿔과 함께 사나운 얼굴은 마치 가면처럼 생겼다. 도깨비왕이 있던 곳을 아니꼽게 쳐다보며 도깨비가 중얼거렸다. {아… 뭐처럼 푹 자고 있었는데} 두억시니는 어느새 도깨비왕의 시야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날아간 뒤였다. 도깨비왕은 두억시니가 날아간 지점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심했나? 이러면 쫓아가기 곤란해지는데} 연민의 감정과 귀찮은 감정이 동시에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물론 이번 경우에는 후자의 경우가 좀 더 지배적이었으므로 그는 자신을 보며 숨을 죽이고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아 다들 너무 걱정..

8화 꿈의 유산 : 악몽을 걷는자 [8자 놀이4]

8화 꿈의 유산 : 악몽을 걷는자 [8자 놀이4]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견디기 힘든 시련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작은 시련에도 내 마음은 시퍼런 멍이 들고, 큰 행복에도 활짝 웃지 못할 때. 그럴 때마다 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신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던데… 지금 내게도 이런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기적이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게 시련을 주는 이도, 내게 힘을 주는 이도, 그것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까 기적이 일어나려면 기적을 볼 줄 알아야 해 -잰디넬슨 -삐이이이이이이 머릿속이 새하얗다. 귓가를 울리는 이명 소리가 나를 잠식해 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나의 앞에는 바닥에 인형처럼 널브러져 있는 영호가 있을 뿐이었다. 마음속 한편이..

그림자 소년 37화 [천적 3]

그림자 소년 37화 [천적 3] 보부상의 대화를 유심히 듣던 노승이 대화에 껴들었다. “저기 실례지만 혹시 도성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봉쇄령이라니요?” 그러자 보부상 중 한 사람이 노승에게 대꾸했다. “스님도 도성에 가시는 길이 십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혹시 비보 사찰에서 지내고 계십니까?” “예 맞습니다…” 순간 보부상들의 눈이 번뜩이며 둘은 무언가 신호를 주고 받았다. “스님하고 같이 간다면…” “아무리 봉쇄령이라고 해도 예외로 쳐주지 않을까?” 보부상 중 한 남자가 노승에게 다가오며 조심스레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스님… 실례지만 혹시 수도에 들어가실 때 저희랑 동행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시주라면 여기 이 물건들만 잘 정리되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남자가 풀어 놓은 보따리에..

No인 2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No인 2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은휼과 용식은 다시 현장에 도착했다. 은휼은 용식에게 건네받은 휴대용 음성 증폭 단말기를 받아 들었다. =이보게 호원이! 들리는가? {...} 인질범이 응답이 없자 은휼은 다시 그를 불렀다. “방금 자네 부인과 통화 했다네” -끼익 그러자 삐그덕거리는 문을 열고 이호원이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인질에게 펄스건을 겨누고 있었다. “온대요?” “상황이 상황이니 부인에게도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어떻겠나? 오려면 시간도 걸리고 말이야!” “그래서 오고 있다는 겁니까 아니면···” 늙은 인질범은 말하다 말고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침묵하기 시작했다. “너무 걱정 말게! 부인은 자네를 걱정하고 있어! 그러니 잠시..” 그러자 범인이 갑자기 격노하며 소리치기 시작했..

소설/NO인(人) 2023.08.18

No인 1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No인 1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 시간이란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다. 푸른 바다와 하늘은 언제나 영원할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일들은 삶과 죽음의 반복 그 자체이다. 바람은 파도를 매일 몰아내고 파도는 바위를 깎아 내린다. 그러니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이라고 다르겠는가 노인의 지혜와 경험은 많은 젊은이들을 가르치지만 시간이란 지지를 받는다 해도 그것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세상은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미래(시간)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2300.03.02 (금) 붉은 노을이 비치는 저녁 시간, 낡은 건물들로 빼곡하게 둘러싸인 어느 한 골목길에 위치한 낡은 은행. 그 앞에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무장을 한 T1 (아델 경..

소설/NO인(人) 2023.08.17

그림자 소년 36화 [천적 2]

그림자 소년 36화 [천적 2] 이시미 옛날 옛날 어느 산골에 사는 한 나무꾼이 있었다. 나무꾼은 평소처럼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가다 우연히 벼랑 끝에 있는 산삼을 발견했다. 이에 나무꾼은 벼랑 끝에 있는 산삼을 혼자 채취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웃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결국 이웃 사람의 도움으로 산삼을 채취하는데 성공했지만, 재물에 눈이 먼 이웃 사람들은 나무꾼에게서 산삼을 뺏고는 그를 벼랑 끝에 밀어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 나무꾼이 벼랑 끝에 떨어져 죽을 위기에 처한 순간. 그때 누군가 나무꾼을 구해 주었다. 그것은 온몸을 갈색의 비늘로 두른 이무기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무기의 몸에는 갈색의 비늘 뿐만이 아니라 선혈이 낭자하게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무꾼은 보답으로 이무기의 상처를 ..

그림자 소년 35화 [천적 1]

그림자 소년 35화 [천적 1] 영노 짐승은 물론 무생물이나 바위, 심지어 그림자도 삼켜버리는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는 영노는 모든것을 집어 삼킨다. 그의 생김새를 보면 머리에는 짧고 뭉툭한 뿔이 달려 있으며 온몸에는 푸른색의 비늘을 두르고 있어, 연못에서 그를 본다면 분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연못에서 그를 본자는 아무도 없다. 그것은 순식간에 연못에서 튀어 나와 모든 것을 삼켜버리니까 한편 이시미를 찾아 나선 일행들은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지난 밤 새벽 일찍 부터 이시미가 있다는 곳으로 서둘러 왔건만, 그들의 앞에 있는 것은 사라져 버린 이시미의 흔적 뿐이었다. 일행 중 제일 먼저 입을 연것은 장자마리였다. 장자마리는 허탈감을 토로하듯 말했다. {젠장.. 거구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

7화 꿈의 유산 : 악몽을 걷는 자 [8자 놀이 3]

7화 꿈의 유산 : 악몽을 걷는 자 [8자 놀이 3] 상상이라는 것은 우주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특출난 천재가 아니라도 누구나 바라 볼수 있는 곳이니까 거부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 공간이 뒤틀리고, 재구성되기를 반복했다. 나의 앞에는 환각에 빠진 것 같은 기하학적인 공간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내가 지나왔던 공간이었다. 나는 지금 추락하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공간을 바라보자,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심장이 격하게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내 몸이 추락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변해가는 공간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공간의 뒤틀림이 있다면 이런 형상이려나 이런 긴박한 상황속에서 한다는 생각이 고작 이런 것이라니.. 꿈이라는 것..

그림자 소년 34화 [각자의 길 10]

그림자 소년 34화 [각자의 길 10] 좌의정 (이건명) 이대감이 말했다. “역시 대감을 먼저 찾아뵙길 잘했군요… 대감께서 라면 분명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우의정 (박규수) 박대감이 이대감의 말에 의중을 품고 점잖게 대꾸했다. “말씀의 어폐가 있으십니다?” “하하하하 어폐라니요! 저는 그냥 제 의견을 말한 것 뿐입니다.” … 두 사람의 알 수 없는 신경전으로 정적이 흘렀다. 곧이어 먼저 정적을 깬 쪽은 박 대감이었다. “아무튼 비형랑 그자에 대한 일이라면 이 일은 없던 것으로 하지요” “허허허 대감 왜 그리 그자를 경계하십니까?” “경계라니요 저는 그저 전하의 부탁이니 만큼 신중히 하고 싶어 그런 것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지요” 계속되는 이대감의 부탁에 박대감은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