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꿈의 유산 : 악몽을 걷는 자 [악몽의 개시 4]
= 으아아아아악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허공을 휘적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뭐야.. 꿈이잖아..”
나의 등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제야 나는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방금 전 꾼 악몽을 떠 올려 보았다. 처음으로 꿔본 악몽이었음에도 내 머릿속에는 온통 루시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아직도 꿈에서 본 괴물의 얼굴이 선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꿈에서 만난 루시가 진짜인지 아닌지가 더욱 중요했다.
비록 악몽이었을지라도 꿈에서 본 루시가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유치원은 여느때 처럼 평화로웠다.
어제 꾸었던 악몽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광경을 보는 순간. 그제야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꿈에서 만난 루시는 꿈이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곧이어 시끌벅적한 교실로 들어서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안녕?”
아직 악몽의 충격에서 미쳐 헤어 나오지도 못했것만 내게 인사를 걸어온 이는 놀랍게도 루시였다.
설마..
루시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어제 꾸었던 악몽이 새록새록 떠 올라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나 루시는 내 표정을 보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어제 일 때문에 그러는구나? 그렇게 무서웠어?”
“뭐라고?”
=꺄르르르르
루시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가 들려 오며 루시가 말했다.
“너 보기보다 되게 겁이 많구나? 미안해 네가 그렇게 놀랄 줄은 나도 몰랐어”
루시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반응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루시의 반응으로 보아 어제 일이 진짜였다는 것을 실감했다.
분명 꿈이었을 텐데… 진짜 였다니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루시에게 말했다.
“어제… 꿈에서 만났던 거 맞지?”
“맞아! 정확히는 내가 네 꿈속에 들어갔었지”
루시의 확답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믿기지 않았다. 잊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어제는 네가 그렇게 꿈에서 깨 버리는 바람에 미쳐 말을 다 못했는데 실은 네가 마지막에 본 괴물도 내가 한 장난이었어”
장난이었다니…그것도 내 꿈에서
“장난이었다고? 어떻게 내 꿈에서 그게 가능한 거야?”
루시는 또다시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꺄르르르르
“그것도 내가 어제 말해 주려고 했는데 네가 꿈속에서 깨어버리는 바람에 못 알려 줬구나…”
{…}
그날 밤
잠에 들기 전 나는 낮에 루시와 한 대화를 떠 올렸다.
루시는 나에게 꿈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었다.
우선 첫째. 꿈을 자각하는 사람은 타인의 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루시의 말에 의하면 꿈에는 각자 문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통하면 타인의 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덧 붙여 말하자면 이 문은 무의식이라는 것을 깨우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거라 자각몽을 꾸는 자 들 중에도 소수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둘째. 아무리 자각몽을 꾸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타인이 자신의 꿈에 들어오게 되면 꿈을 꾸는 당사자는 그만큼 꿈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된다.
예시로 어제 나의 꿈에 루시가 들어와 개입했던 것처럼 타인이 누군가의 꿈에 개입하게 되는 순간 꿈을 꾸는 당사자는 각자의 역량에 따라 꿈에 대한 통제력을 나눠 갖게 된다.
즉. 이 말은 어제 나의 꿈에 개입한 루시처럼 당사자보다 역량이 뛰어난 타인이 당사자의 꿈에 개입할 경우 꿈을 꾸는 당사자는 타인에게 꿈에 대한 통제력을 빼앗기게 되어 결국에는 타인의 의지대로 악몽을 꿀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셋째. 꿈에서 나타나는 괴물은 꿈을 꾸는 당사자의 무의식이다.
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꿈을 꾸는 당사자의 무의식에 의해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어제 내가 보았던 첫 번째 괴물 또 한 예전에 할머니에게 들은 귀신 이야기 속의 등장하는 귀신이었다. 물론 이 경우 귀신의 이미지를 떠 올린 것은 나의 상상력이었지만 말이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곧이어 뻐꾸기시계가 9시를 알리자, 나는 루시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떠 올리며 잠에 들었다.
ZZZZZZ
눈을 떴을 때 나는 어제와 똑같은 숲에 와 있었다.
“일단 오긴 했는데 정말 루시가 올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숲속에서 무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시?”
나는 걸음을 옮겨 수풀에서 움직이는 무언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부스럭 부스럭
손을 뻗어 수풀 사이를 가르려는 그 순간 무언가 튀어나왔다.
“까꿍”
루시였다.
“루시.. 진짜였구나! 이거 꿈 아니지.. 아니 진짜라고 해야 하나..”
꿈을 꿈이라 정의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루시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꿈 맞지! 그렇지만 오늘 기억은 진짜야”
“그렇지…
“자 그럼 타인의 꿈에 들어가는 방법부터 알려 줄 테니까 잘 따라 해”
“알겠어”
루시는 정 자세로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루시는 눈을 감은 채 내게 말했다.
“따라 해!”
“어? 어..”
나는 루시가 말한 대로 루시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눈을 감았다. 귓가에 루시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자! 눈을 감았으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자각을 하면서 원래 내 몸 깊은 곳을 들여보는 상상을 하는 거야.”
루시의 말은 뭔가 복잡했지만, 나는 이것이 거울 속의 비춘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심연 속에서 무언가 번뜩였다.
평소였다면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었지만 지금은 꿈을 꾸고 있는 상태였기에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루시에게 물었다.
“루시 그다음은 어떻해?”
“성공했어? 지금 뭐가 보이는데?”
“대따 큰 눈동자가 보여”
그러자 루시의 놀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 왔다.
“진짜? 한 번에 성공했다고?”
“글쎄.. 성공한 건지 뭔지는 모르겠고 일단 내 앞에 눈동자가 있는 건 맞아 이거 성공한 거 맞어?”
긴가민가하는 나와는 달리 루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성공한거 맞어! 코그마 너 생각보다 소질이 있는데? 그럼 바로 다음 단계로 가자. 꿈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 있어?”
“글쎄…”
“낮에 보니까 영호하고 많이 친해 보이던데? 걔는 어때?”
“영호?”
그 순간 나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루시에게 말했다.
“싫어~”
“그럼 누구 꿈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이왕이면 평소 놀래켜 주고 싶은 사람 꿈속으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어?”
“그런거라면… 영호가..”
나의 머릿속으로 불현듯 영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땅이 울리자 놀란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뜨고 말았다.
나의 시야에는 칠흑같이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밝게 빛나는 하얀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백지 같은 공간을 바라보자, 순간 섬뜩한 느낌을 받던 찰나 옆에 있던 루시가 다가왔다.
“우와~ 이건 어떻게 한 거야? 이런 문은 나도 처음 보는데?”
“이렇게 하는 거 아니었어?”
“사람마다 다른가? 아무튼 일단 들어가 보자”
루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 겁도 없이 하얀 공간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나 역시 루시를 따라 황급히 하얀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루시 같이가~”
하얀 공간으로 발을 들이자 놀랍게도 우리의 앞에는 드넓은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한 그런 꽃들의 향연을 바라보며 나는 이곳에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창경원이잖아?”
영호의 꿈은 창경원이었다. 아무래도 얼마 전에 다리를 다쳐 창경원을 못 가게 된 것이 영향이 컸던 듯 보였다.
뭐.. 결국에는 다리를 다쳐서 못 가게 됐지만 결국에는 이렇게라도 창경원의 모습을 보다니… 한 편으로는 영호가 안쓰러웠다.
그렇게 자랑하더니.. 진짜로 가고 싶긴 했나 보다.
곧이어 루시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루시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 그럼 영호가 뭐 하고 있는지 한 번 봐 볼까?”
곧이어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의 앞에는 창경원에 위치한 꽃밭을 유유히 누비고 있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루시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한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 쟤 우리 반 영호 맞지?”
“맞아..”
행복해 보이는 영호의 모습을 보자 한 편으로는 얄밉기도 했지만, 굳이 꿈에서 까지 영호에게 질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실컷 꿔라~ 어차피 꿈인데 뭐”
그러나 나의 생각과는 달리 루시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럼 이제 장난을 좀 쳐 볼까?”
“장난?”
나는 루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루시의 표정은 마치 재미있어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어지는 루시의 말을 듣는 순간 그제서야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 뭐였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영호가 무서워 하는 게 뭐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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