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꿈의 유산 : 악몽을 걷는 자

3화 꿈의 유산 : 악몽을 걷는 자 [악몽의 개시 3]

kaether 2023. 7. 1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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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꿈의 유산 : 악몽을 걷는 자 [악몽의 개시 3]


루시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다급하게 내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뭐하고 있어 뛰어!”

 

순간 영문도 모른 채 나는 루시에게 이끌려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타닷 타닷 타다다다

 

꿈인 줄 알지만 이런 식으로 루시와 애기 하게 되다니…

 

꿈속의 루시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다급해 보였다.

 

“빨리와~”

 

초조해 보이는 눈빛. 다급한 말투. 아무리 꿈 속이라지만 낮에 봤던 루시의 목소리와 표정. 모든 것이 진짜 같았다. 물론 내 앞에 있는 루시가 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내가 이 말을 내 뱉는 순간. 꿈이 나를 뒤덮을 것을 알기에 루시가 어떤 아이일지 추측해 볼 뿐이었다.

 

아마 현실 속의 루시도 이런 아이려나..

 

마침내 루시와 나는 한참을 달려서 흐린 노을 빛이 비추는 숲 속으로 빠져 나왔다. 우리들의 앞에는 흐린 노을 빛에 비춘 어둡고 음침한 마른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곧이어 꿈속의 루시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네. 아! 인사가 늦었지? 반가워 나는 루시라고 해! 너는 이름이 뭐야?”

 

꿈 속의 루시는 여전히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어차피 이곳은 내 꿈속이니까 딱히 상관은 없었다.

 

“내 이름은 코그마야”
“코그마? 쓰읍… 어디서 들어 봤는데.. 너 혹시 어디 유치원 다녀?”
“유치원…”

 

루시의 생각보다 디테일 한 질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나는 사실대로 애기했다.

 

“혜화 유치원”
“뭐? 혜화 유치원?”

 

꿈속의 루시는 새삼스레 놀라며 다시 내 얼굴을 훑어 보기 시작했다.

 

“어? 나도 거기 다니는데”
“나도 알아”
“안다고? 나를?”
“어…”

 

내 앞에 있는 루시가 꿈이란 것을 알고도 한 말이었다. 곧이어 꿈속의 루시는 내 얼굴을 한 번 쳐다 보더니 그제서야 장난 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 그래? 내가 실은 어제 와 가지고 아직 친구들 이름을 잘 몰라. 아무튼 그럼 친구라는 거네?”

 

루시의 말에 나는 이 상황이 실제 였으면 얼마나 좋을 까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그.. 그렇지 친구…”

 

비록 꿈이 였지만 진짜 루시 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곧이어 나와 친구가 된 꿈속의 루시가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말하려는 듯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린 이제부터 친구니까.. 내가 비밀 하나 애기 해 줄게 잘 들어”

 

곧이어 루시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튀어 나왔다.

 

“이거 실은… 다 꿈이야”

 

{…}

 

꿈이라니…

 

순간 나는 귀를 의심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내 꿈속의 등장하는 꿈속의 존재가 내게 이곳이 꿈이라는 것을 알려 주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쯤 되자 나는 내 앞에 있는 루시의 존재를 의심 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방금 들은 대로야! 우린 지금 꿈속에 있는 거라고”
“원래 그걸 그렇게 막 말해도 되는거야? 꿈이라고..”
“어머! 너도 알고 있었어? 꿈이라는 거?”
“그거야… 당연히 내 꿈이니까 알지. 당연한 거 아니야?”

 

어느 순간 부터 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보다도 더 어린 시절에도 꿈에 대한 자각이 있던 나로써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그러자 루시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 또래에도 자각몽을 꾸는 애가 있었다니.. 보통은 어른들도 잘 모르던데”

 

당황한 루시를 바라보며 나는 그녀가 정말 루시가 맞는지 재차 확인했다.

 

“그것보다.. 너 진짜 루시 맞아? 나랑 같은 혜화 유치원에 다니는..?”

 

그러자 루시 역시 내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다.

 

“딱 보면 모르겠어? 꿈이 미쳤다고 꿈꾸는 사람한테 꿈이라고 알려 주겠냐”
“하긴…”

 

루시의 말은 사실이었다. 내 경험 상 꿈은 절대로 꿈을 꾸는 당사자에게 꿈이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꿈속에서 현실 속의 존재하는 타인을 만난다는 것은 나조차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나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너.. 진짜 루시 맞지?”

 

루시는 그제서야 재밌다는 듯이 꺄르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니까 그러네. 너.. 그럼 여태까지 내가 네 꿈속의 존재라고 생각 한거야? 이곳이 네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
“너 진짜 웃긴다”
“뭐가.. 웃기다는 거야. 당연히 내 꿈이니까 그렇게 생각했지. 그것보다 너 대체 내 꿈속에 어떻게 들어 온 거야”

 

루시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알려 줄까? 내가 네 꿈속에 어떻게 들어 왔는지?”

.
.
.

 

잠시 후 루시의 말을 들은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되 물었다.

 

“문? 문을 통해서 내 꿈으로 들어 온 거라고?”
“그렇다니까”

 

루시의 말에 의하면 루시는 몇 일전 꿈속에서 문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문을 넘으면 지금처럼 타인의 꿈에 입장 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꿈속에는 일종의 괴물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 괴물은 타인의 꿈에 간섭한 침입자를 쫓아 온다며 내게 알려 주었다.

 

“그럼 아까 네가 도망친 이유도 그 괴물 때문이야?”
“맞아”
“그렇게 무서워? 몇 일 전에도 만난 적 있다며?”
“나도 만난 건 이번이 두 번째긴 한데… 이번에 만난 괴물은..”

 

루시는 말을 하다 말고 소름이 끼친 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유..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쳐”
“대체 어떤 괴물이길래 그래 어차피 꿈이잖아”
“꿈이라도 싫은 건 싫은 거야! 아무튼 내가 알려 줬으니까 너도 같이 가는 거다?”

 

루시는 꿈속의 비밀의 대해 말해 주는 조건으로 나에게 다른 사람의 꿈으로 놀러 가보자는 제안을 했었다. 그렇지만 나로써는 타인의 꿈에 들어가 간섭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당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절대로 좋아 할 리가 없었으니까

 

“들어가서 뭐 하려고..”
“뭐하긴 그냥 보는 거지. 궁금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렇긴 한데.. 그래도 남의 꿈에 함부로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생각해봐 다름 사람이 네 꿈에 들어오면 기분이 좋을 거 같애?”

 

루시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너는? 내가 네 꿈속에 들어와서 기분 나빠? 나빴다면 나 혼자가고”
“아니.. 나쁘다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은 안 좋아 할 수도 있다는 애기지”
“어차피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꿈인지도 모를텐데 무슨 상관이야. 아무튼 그래서 간다는 거야 안 간다는 거야? 내가 비밀도 알려 줬는데 이제 와서 이럴거야?”

 

그때 였다.

 

저 멀리 숲 속에서 누군가 우리를 쳐다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나는 소름이 돋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 보았다.

흐린 노을 빛을 받으며 공중에 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의 모습은 흡사 머리카락 같기도 하고, 가시 같기도 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확실히 짐작 할 수 있었다.

 

저게 루시가 말한 그 괴물이란 것을 말이다.

 

순간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루시를 불렀다.

 

“저기… 루시…”

 

내가 경직된 표정으로 괴물 쪽을 바라보고 있자 그제서야 내 표정을 확인한 루시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채고 내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 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안개 속에 떠있는 괴물. 그것은 정확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괴물을 마주하는 순간 심장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하애지며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 밖에 없었다.

루시와 나는 동시에 소리쳤다.

 

=도망쳐


우리들은 괴물을 피해 발에 불이 나도록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달리는 동안에 힘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등가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은 전혀 꿈 같지 않았다.

 

마치 진짜 귀신이 쫓아오는 것 만 같은 공포감에 휩싸이며 우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 타닷 타닷 타다다다

 

달리는 와중에 나는 루시에게 물었다.

 

“루시… 저게 네가 말한 그 괴물이야?”
“어.. 맞어”
“대체 저 괴물은 언제까지 쫓아오는 거야?”
“아마 우리가 꿈에서 깰 때까지 쫓아 오지 않을까?”
“꿈에서 깨면 안 쫓아 온다고? 꿈에서는 어떻게 깨야 되는데”
“그것 까지는 나도 잘 몰라. 한번도 내가 원할 때 깨본 적이 없거든”
“아까는 꿈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더니… 그걸 모르면 어떻해”
“아 몰라~ 내가 어떻게 다 알아”
“그러고 보니까 저번에도 한번 따돌린 적 있었다며. 그때는 어떻게 했어?”
“저번에는 내가 문 근처에 있어서 다시 내 꿈속으로 도망쳤지”
“뭐야 그럼 자기 꿈속으로 도망치면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여긴 내 꿈속인데?”
“그래 맞아. 여기 네 꿈속이니까 코그마 네가 한번 막아봐”
“막아 보라고? 내가? 괴물을?”

 

당시 우리를 쫓아오고 있는 괴물이 나의 무의식이란 것을 알리 없는 나는 도저히 괴물과 맞설 용기가 없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루시에게 하소연 하는 것 뿐이었다.

 

“저걸 내가 어떻게 막아!”
“야 이 바보야 여긴 네 꿈속이잖아! 근데 왜 못 막아”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루시 역시 우리를 쫓아오고 있는 괴물이 나의 무의식이라는 것은 몰랐었지만 당시에 루시는 나보다는 좀 더 꿈에 대해 많은 것을 짐작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리 내 꿈속이라도 그렇지 내가 저런 괴물을 어떻게 막냐고”
“어떻게 막긴. 일단 오지 말라고 소리라도 쳐봐~”

 

루시의 말에 나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일단은 루시가 시키는 대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 쫓아 오지마~

 

그러나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등가에는 서늘한 무언가 여전히 쫓아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 질 뿐이었다.

 

“더 빨라 진 것 같애 이젠 다 틀렸어~ 우리는 잡아 먹히고 말거야”
“아니야! 다시 한번 해봐!”
“뭘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여긴 네 꿈이니까. 뭐든 할 수 있잖아!”

 

그 순간 루시의 말을 듣자 내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 스쳐 지나갔다. 괴물을 저지 할 수 있는 거대한 무언가

 

“나무들로 막아 볼까?”
“나무들?”
“응.. 나무들로 괴물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 버리면 되잖아”
“그래 그건 네가 알아서 생각하고 일단 모든 빨리 해봐. 이러다 진짜 따라 잡히겠어!”

 

루시가 다급하게 외치자 나는 머릿속으로 우거진 나무들을 떠 올렸다. 주변에 있는 것은 나뭇잎 이라고는 존재 하지 않는 앙상한 나무들 뿐이었지만 이것들 또한 본질을 나무라 생각하며 땅 속에 묻혀 있는 뿌리들이 움직이는 상상을 했다.

나무니까 그래도 뿌리는 있잖아

 

그 순간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

 

바닥에서 부터 튀어 나오는 무수한 뿌리들이 다가오는 괴물을 휘감기 시작했다.

땅이 울리고 숲이 흔들거리자 곧이어 괴물은 내가 상상한 뿌리에 갇혀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루시는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잘했어! 코그마. 이제 끝내 버려”

 

루시의 말에 나는 뿌리들이 괴물을 조이는 상상을 이어 나갔다.

 

-뿌드드드득

 

뿌리들이 괴물을 강하게 조이자 괴물의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가 퍼져 나갔다.

 

=키에에에엑

 

성공적으로 괴물을 제압하고 나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제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휴우~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네”
“오올~ 코그마 제법인데”

 

루시가 칭찬을 하자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냥 생각한 것 뿐이었으니까

 

“그냥.. 상상한 것 뿐이야”

 

물론 이런 식으로 상상이 실현 될 줄은 몰랐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괴물을 제압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루시에게 애기하며 승리를 자축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꿈에서 괴물을 만나면 나한테 맞기라고”

 

“…”

 

루시가 대답이 없자 순간 싸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루시를 바라 보았다.

 

“루시..?”

 

고개를 돌린 그 순간

 

괴물이 나를 향해 달려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