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년 11화 [염매 6]
새우니
태자귀의 원혼들이 모여 만들어진 원귀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태자귀 와는 달리 분명한 자아를 가지고 자신을 부린 무당을 죽이고는 원하는 곳 어디든지 배회 할 수 있다. 그 능력은 날씨를 변화시키고 산신령과 지기 들을 제압할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 내가 너의 부모다!”
새우니는 노인의 말에 동요하는 듯 보였다.
[재미있는 말을 하는구나.]
새우니는 이내 바람처럼 노인 앞에 다가갔다.
“부모의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아이지?”
노인은 새우니에게 간사한 혓바닥을 놀려댔다. 새우니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노인을 노려보았다.
“자 아가! 이제 너의 힘을 나에게..”
-콰직-
순간 노인의 머리가 형체를 알아 볼 수도 없게 으깨지며 피가 바닥까지 흘러내렸다.
-콰지직-
새우니는 노인의 머리를 마저 뜯어내며 던져냈다. 내동댕이 쳐진 머리가 피를 튀기며 바닥에 굴러다니자 사람들의 공포심은 더욱 고조되었다.
“난 아이가 아니야!.. 자 마음이 바뀌었다! 그냥 너희들은 오늘 다 여기서 죽는 거야!”
새우니는 이내 폭주하며 주변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새우니의 손짓에 칼바람이 일렁이더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피가 난무하며 사람들의 사지가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꺄아아-
-살려줘-
여기저기서 절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며 그들의 머리가 잘려 나간 곳에는 피가 용솟음치고 있는 몸통만이 남아 있었다. 그야말로 일대는 지옥과도 같은 현장이었다.
“그만둬!”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소년은 다시 한번 그림자를 일렁이며 새우니를 막아섰다.
-콰쾅-
소년의 그림자가 새우니와 부딪히더니 이내 소년이 튕겨져 나갔다.
“가소롭구나!”
이제 소년의 힘으로 새우니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이제 그만 너도 죽어라!”
새우니는 소년 앞에 다가와 팔을 높게 쳐들며 말했다.
“안돼!”
그 순간 또 다른 원혼이 새우니를 막아서며 말했다. 아까 소년을 따라온 태자귀였다.
“방해 하지 마라!”
새우니는 귀찮은지 태자귀를 손짓으로 너무나도 쉽게 날려 버렸다. 태자귀들이 모여 새우니가 탄생하는 수순이었으니 새우니의 힘은 태자귀의 힘을 훨씬 능가하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으으 안돼.. 태자귀야!”
소년은 태자귀를 걱정하며 불렀다.
“남 걱정 할 때가 아닐텐데?”
곧이어 새우니의 손이 소년의 가슴팍을 뚫었다.
-쿨럭-
소년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으.. 앞이.. 안 보여..”
소년의 시야가 흐려지며 소년은 눈을 감고 말았다. 그러자 그 광경을 본 노승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은휼아!”
“꺼져라 늙은이”
새우니는 달려오는 노승을 날려버렸다. 노승은 벽에 부딪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방해꾼들을 모두 헤치운 새우니가 사람들에게 외쳤다.
“크크크크 방해되는 놈들도 없어졌으니까 이제 놀아볼까?”
그때 새우니의 귓가에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히히히히-
새우니는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에 주변을 둘러 보며 소리쳤다.
“누구냐!”
그러자 다시 한번 그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맘에 든다? 꽤 봐 줄 만해! 그래봐야 약하지만 말야 히히히히”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여깄잖아! 히히히히”
그러자 어느새 일어난 소년이 새우니를 쳐다 보며 웃고 있는 것이었다. 새우니는 지금 자신의 앞이 있는 소년이 아까와는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다른 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너는.. 다른 녀석이구나”
새우니가 소년을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글쎄? 다른 녀석일까?”
소년이 다시 스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말하자 그 순간 소년의 너무나도 이질적인 기운에 놀란 새우니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죽다..살아난 놈이..감히!”
새우니는 이내 다시 살기를 품으며 소년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쉬익-
엄청난 굉음을 내며 날카로운 참격이 소년에게 향했다.
-스르르-
참격이 소년에게 닿자 마치 바람이 흩어지듯이 어둠에 삼켜졌다.
“소용없어! 너.. 약하잖아?”
“뭐라고!”
소년의 도발에 발끈한 새우니는 이내 하늘에 떠오르며 스산한 기운이 감돌기 그를 감돌기 시작했다.
-치지지지직-
새우니의 주변에 엄청난 굉음을 내며 번개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새우니는 우레와도 같은 목소리로 외치며 소년에게 번개를 쏟아 부었다.
“오늘 여기 있는 놈들은 다 죽는다!”
-콰지지직-
쏟아진 번개와 소년의 그림자가 엄청난 파동을 일으키며 부딪혔다. 강렬한 빛과 어둠이 서로 삼키기를 반복하며 대치하니 주변은 빛과 어둠으로 일렁였다.
“소용 없다니까?”
이어지는 소년의 말과 함께 이내 주변 일대는 그림자로 뒤덮였다.
“으아아아앙”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배고파”
아이들의 절규가 소년의 귓가에 울려 퍼지며 소년을 깨웠다.
“누군가 울고 있어..”
소년은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향해 걸어갔다.
“흑흑흑흑”
잠시 후 아이의 형상을 하고 있는 영혼이 쭈구려 앉은 채 울고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아이에게 물었다.
“애야 왜 울고 있니?”
그 순간 소년이 묻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나타나며 소년에게 답했다.
“추워..”
“배고파..”
“무서워..”
“나도 나도”
소년은 아이들을 안심 시키며 말했다.
“괜찮아! 이제 집에 가자!”
소년의 말에 아이들은 소년에게 모여들며 물었다.
“집?”
“집에 갈 수 있는 거야?”
“진짜?”
“집에 가고 싶어!”
소년은 그들에게 말했다.
“그럼! 이곳에서 나가자! 집으로 가야지!”
소년의 대답에 신난 아이들은 신나서 소년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영락없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우와아아아아-
그 순간 새우니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한 놈들 그 말을 지금 믿는 것이냐?”
새우니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소년의 등 뒤로 숨어 들었다.
“애처럼 굴지마!”
새우니는 아이들에게 위압적으로 외쳤지만 아까 봤던 어른의 모습보다는 작아져 있어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더 이상 나쁜 짓에 아이들을 끌어 들이지 마!”
소년은 아이들 앞에 당당히 나서며 그에게 말했다.
“새삼스레 이제 와서 위하는 척 하지 마라! 그런다고 우리들의 아픔이 없어질 것 같애? 춥고 배고파도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았어! 너가 그 심정을 알기나 해?”
새우니가 말하자 소년의 등 뒤에 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소년은 새우니를 향해 항의 해보았지만 아이들의 동요는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소년이 당황하고 있던 찰나 그러자 한 아이가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집에 가고 싶어!”
그리고 뒤이어서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씩 솔직히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엄마 보고 싶어!”
아이들이 점점 동요하며 말하자 새우니의 몸집은 점점 작아지며 어느새 아이들과 같아 보였다.
“이.. 이것들이 안돼 너희들은 나와 같이 있어야 돼!”
아이들의 동요에 화가 난 새우니는 소년과 아이들에게 달려들었다.
“너는 빠져!”
작아진 새우니는 소년을 밀치며 주먹을 휘둘렀다.
-으앗-
새우니의 주먹의 소년은 뒤로 넘어졌지만 그리 크게 다치지는 않아 보였다.
“아프잖아”
소년은 새우니를 향해 소리쳤다. 작아진 새우니의 주먹은 이제 소년에게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은듯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소년과 작아진 새우니의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제 하고 싶은 것만 할거야..”
“나쁜 짓은 안돼!”
소년과 새우니는 서로의 얼굴을 꼬집은 채로 엎치락뒤치락 거리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울면서 둘의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앙”
“그만해 ~”
“싸우지마 ~”
…
소년과 새우니 그리고 아이들이 서로 뒤엉키며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했다. 특이 한 것은 싸우고 있는 모두가 6살 남짓한 아이들의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그들은 나름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탁탁탁-
그때 소란을 잠재우는 맑은 목탁 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엄마?”
“멍청아 목탁 소리잖아!”
목탁 소리에 아이들이 각자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내 목탁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이들에게 들려왔다.
일심봉청 무지하여 못난어미 오늘에서 뉘우쳐서 부처님과 보살님께 너를위해 공양올려 참회기도 하옵나니 불쌍하온 우리애기 법당열어 왕림하소
태안지장 보살님께 공양올려 놓았으니 주린배를 채우고서 한을풀고 원을풀어 이어미를 용서하고 극락왕생 하려므나
한을풀고 떠나가라 너희들이 용서하고 극락왕생 한다면은 천도재를 몇번인들 못하겠나 극락가는 반야용선 배를태워 보내주마
극락세계 아미타불 품안으로 어서빨리 생사윤회 뛰어넘어 해탈성불 이루거라 지장보살 품에안겨 부처님의 품안으로 어서가라 우리애기 착한애기 …
-태아영가 천도문 中 -
소년의 귓가에 노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님?"
아이들 또한 노승의 목소리에 동조하기 시작하더니 하나 둘 씩 마침내 울음을 떠트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옛 추억이 떠 올라서 였다.
-으아아앙-
“엄마”
“엄마 보고 싶어~”
새우니는 아이들에게 소리쳐보았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과 동조하여 자신도 울기 시작했다.
“그만 울어! …울긴 왜 울.. 어으아아앙”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메아리 치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드르륵-
이내 어둠 속에 한줄기 빛과 함께 문이 열렸다. 소년은 열린 문으로 아이들을 이끌며 외쳤다.
“애들아 밖으로 나가자 집으로 가야지!”
다음날 동굴에는 태안지장과 함께 사라진 아이들의 이름을 새긴 비석들이 세워졌다.
노승과 소년 그리고 아이를 잃은 부모와 마을 사람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그들의 영혼이 성불하기를 빌었다. 노승의 목탁소리가 들려왔다.
-탁탁탁-
성불하십시오!
사건이 일단락 되며 마을을 떠나는 소년과 노승은 어제 일을 회상하며 말하였다.
“수고했다 은휼아!”
“아닙니다! 스님 덕분입니다.”
“그런데 은휼아 정말로 다친 데는 괜찮은 것이냐? 네 분명 지난밤에 너의 가슴팍이 뚫리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괜찮은데요?”
소년은 옷가지를 걷어 가슴팍을 보며 말했다. 소년이 멀쩡하다는 것은 노승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밤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소년을 자신이 직접 업고 의원에게 데려갔으니 봤을 것이다. 외상이 없는 소년의 가슴팍을! 그러나 그는 분명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소년의 가슴팍이 새우니에게 뚫리는 것을… 그러나 분명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가슴팍에는 검게 물든 상처만 있을 뿐 크게 외상은 없었다. 노승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중얼거리듯이 말을 이었다.
“다행이구나! 정말 다행이야!”
그런 노승의 말에 소년도 동의 하듯 아이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네 아이들을 찾아서 정말 다행 이예요! 앞으로는 아이들이 굶는 세상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랬으면 좋겠구나 모두가 함께 공존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해야겠다.”
“스님 그게 무슨 뜻인가요? 공존?”
노승의 말에 소년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러자 노승은 이어 말했다.
걸인이 부처요, 부처가 걸인이니 처지를 바꾸어 공평히 보면 모두가 한 몸이라. 불상 아래 뜰 앞에서 사람들은 떠받드는데 걸인과 부처 중에 누가 진짜인 줄 알리오? - 권섭(權燮, 1671~1759), 『옥소고(玉所稿) • 시(詩)』 13 「거지라고 업신여기지 말라[乞人不可慢視]」中 -
그날 소년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훗날 소년은 노승의 말의 뜻을 이해 할 수 있었다.
함께 사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약한 사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자기의 이익 만을 위하여 비는 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우리는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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