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년 8화 [염매 3]
늦은 밤 야산에는 최 대감댁 사람들 뿐만 아니라 어느새 마을 사람들까지 합류했다. 횃불을 들고 사라진 최 대감댁 아이를 찾기 위해 모여든 것이었다. 일부는 자신의 사라진 자신의 아이를 찾기도 했으며 일부는 최 대감이 내건 천 냥의 포상금을 얻기 위함이었다. 어느새 야산은 횃불을 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 광경을 멀리서 보면 마치 산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연상케 하며 장관을 이루었다.
최 대감댁 일꾼들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보게 찾았는가?”
“아니 못 찾았네..”
“큰일이네.. 이러다 날 새겠어..”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우리 도련님께서…”
그 순간 한 사내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 왔다.
“찾았다! 찾았어!”
남자의 목소리를 따라 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들은 한 남자가 최 대감에게 황급히 달려와 소식을 전했다.
“대감~ 동굴로 보이는 곳을 찾았답니다. 어서 가보시지요”
“그래? 어서 가보자!”
최 대감은 남자가 안내한 곳으로 다급히 달려갔다.
…
- 하나 둘 ~ 셋! 으으으
건장한 체격의 사내 세 명이 바위를 있는 힘껏 밀자 이내 바위가 바위 특유의 긁는 소리를 내며 밀리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르-
마침내 바위가 움직이며 동굴 입구가 열렸다. 그 안은 온통 시커먼 어둠 뿐이었다.
“열렸다.!”
바위가 열리자 사람들이 동굴을 에워싸며 모여들었다.
“잠시만 비켜보게 내가! 내가! 먼저 들어가 보겠네!”
제일 먼저 동굴로 들어간 것은 다름 아닌 최 대감이었다. 최 대감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와 동굴로 황급히 들어갔다.
“대감님 같이 가셔요! 위험합니다!”
뒤늦게 따라온 일꾼도 최 대감을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
컴컴한 시야 속에서 남자가 대감에게 물었다.
“어두 컴컴한 것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횃불을 가지고 오거라!”
대감이 말하자 뒤에서 다른 일꾼이 동굴 안을 횃불로 비춰 보니 그러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이 그들 눈에 들어왔다.
대감은 쓰러져 있는 아이를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황급히 쓰러져 있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불렀다.
“장현아~ 장현이 맞느냐?”
그러자 쓰러져 있는 아이는 자신의 아비를 알아보고 쓰러져 가는 의식 속에서 힘겹게 그를 불렀다.
“아..버..지?”
“그래 장현아 애비다 애비야 이제 걱정하지 말거라! 이 애비가 왔으니…”
마침내 사라진 자신의 아이를 찾은 최 대감은 황급히 사람을 불러 아이를 옮기게 했다.
“여봐라 어서 빨리 들것을 가져 오너라!”
…
노승의 활약 덕분에 최 대감은 다행히 늦지 않게 아이를 구출해 낼 수 있었다. 최 대감은 연신 노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말했다.
“아이고 스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이를 찾았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아이의 상태는 어떤지요”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애가 몇 일을 굶은 건지 피골이 상접해 간신히 목숨만 붙어 있었습니다. 일단은 마을에서 제일 실력 있는 의원을 불러 두었으니 내일이 되면 아마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늦지 않게 찾아서 다행입니다.”
“아이고 스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최 대감은 노승에게 연이어 감사 인사를 표하며 말하자 곧이어 노승이 그에게 말했다. 최 대감 댁 아이처럼 사라진 다른 아이들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것보다 아이가 내일 의식을 차리면 물어 볼 것이 있습니다.”
“어떤 연유로…”
최 대감이 의아해 하며 연유를 묻자 노승이 나지막이 그에게 말을 이었다.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이를 납치한 자의 인상착의를 물어서 그 자를 잡아야지요!”
“아~ 네 스님 말이 맞습니다. 꼭 잡아야지요! 그런 나쁜 놈들은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아니 .. 사지를 동서남북으로 찢어 발겨서 물고기 밥으로 줘야지요 암~ 그러고 말고요!”
최 대감은 노승의 말에 동의하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 날이 밝는 대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스님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오늘은 늦었으니 저희 집에서 지내시지요?”
“아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러면 저희야 감사하죠”
“아 그럼요 당연하죠 저희 집에서 오늘은 주무시고 내일 저희 애가 정신이 들면 다시 애기를 해보겠습니다.”
…
다음날
“장현아 이제 몸은 괜찮은 게냐?”
최 대감이 누워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네… 아버지 이제 조금 기운이 나는 듯 합니다. 그러니 염려치 마세요”
아이는 최 대감을 안심시키며 말하자 옆에 있던 노승이 아이에게 물었다.
“아가 혹시 납치 되었을 때의 일을 기억하느냐?”
그러자 아이는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며 노승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제 기억으로는 검은 도포를 입은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밖에 인상착의는 기억 나는 것이 더 없느냐?”
“예.. 그것 말고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만 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제 기억에 의하면 그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럼 그 대화 내용도 기억나느냐?”
“다시 의식을 잃어 그것도 기억이 잘… 그렇지만 무슨 어르…신 이라고 애기 한 것 만은 기억이 납니다.”
“어르신..?”
“예..그것 말고는 도무지 기억이.. 도움이 되지 못해 송구합니다.”
아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의젓하게 말했다. 아마 최 대감이 평소 그를 얼마나 바르게 키웠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 그렇구나. 기억하기도 싫은 일이었을 텐데 미안하구나 푹 쉬거라!”
노승과 일행은 착잡한 심정으로 방을 나섰다.
“스님 감사합니다.”
그러자 뒤따라 나온 최 대감이 노승에게 말했다. 그런 최 대감의 모습을 보며 노승은 합장의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마땅히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그래도 덕분에 아이를 찾았는데 작은 사례라도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스님!”
최 대감은 노승에게 부탁하듯이 말하자 노승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그럼요! 그럼요! 말씀만 하십시오! 제 힘이 닿는 한 모든지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대감께서는 앞으로는 이 마을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힘써 주신다고 약조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 대감의 예상과는 달리 노승의 부탁은 의외로 자신의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 대감은 더욱 격한 감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그런 일이라면 제 기쁜 마음으로 약조 하겠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어찌 아이가 동굴에 있다는 것을 아셨는지요..”
최 대감이 노승에게 궁금했던 것을 그제서야 조심스럽게 묻자 노승은 최 대감에게 지난 일을 말해주었다.
“오는 길에 같은 범행의 소행으로 보이는 아이의 무덤을 만들어 줬습니다…”
{…}
최 대감은 노승에 이야기에 흥분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또 한 명의 의로운 이가 태어나는 순간 이었다.
“그런 나쁜 놈들… 제가 관아 뿐만 아니라 어떤 수를 쓰더라도 제 힘이 닿는데 까지 힘써 보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일 처리를 그렇게 밖에 못하겠느냐!”
가느다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늙은 노인이 수하들을 향해 호통쳤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도포를 입은 사내들이 엎드려 노인에게 사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며 노인은 그들에게 이어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이번 일로 관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경계도 심해졌다. 이를 어찌할 것이냐”
“죄송합니다. 어르신 허나 하직 잡혀 있는 아이들도 있고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입니다.”
도포를 입은 한 사내가 변명하듯이 말하자 노승은 그런 그를 나무라듯이 다시 한번 사내를 향해 호통치듯이 말을 이었다.
“우매한 놈!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관아에서도 이제 눈치를 챘을 것이야!”
“죄..죄송합니다.”
“바보같이 너희들이 일을 똑바로 처리 못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때가 다가 오고 있다. 보름 내로 할당량을 채워 할 것이니 조속히 진행하도록 하거라”
“예 어르신!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모으면 된다…그렇다면 천하가 나의 손에 들어 올 것이야…’
같은 시각 다른 마을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의 행방이 묘연해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관아에서도 이를 눈치채고 검은 도포를 입은 자 들을 물색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소년과 노승이 마을을 나서며 애기를 하고 있다.
“스님 이제 저희는 떠나는 겁니까? 사라진 아이들이 더 있으면 어쩝니까?”
“이제는 관아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 할 것이니 걱정 붙들어 매고 남은 일은 나랏 사람들에게 맡기도록 하자꾸나!”
그때 최 대감댁 일꾼이 멀리서 뛰어오며 일행을 불렀다.
“스님! 스님! 잠시만요 기다리셔요!”
-헥헥헥-
최 대감댁 일꾼은 숨을 헐떡거리며 일행의 앞에 왔다.
“아이고 숨차라~"
"무슨 일이십니까?"
"대감님 께서 이대로는 마음이 영 편치 않으시다고 가시는 길에 요깃거리라도 챙겨드리라고 전하셨습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노승은 손사래를 치며 완강히 거부했지만 일꾼은 다짜고짜 노승에게 묵직한 보따리를 노승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아이고 이대로 그냥 가시면 저는 대감님께 맞아 죽습니다요~ 그냥 가지고 가셔요”
그러더니 일꾼은 보따리를 노승에게 건네며 황급히 돌아갔다. 노승은 떠나가는 일꾼의 뒷모습을 보며 난감해 했다. 댓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난감하군..허허”
그러나 그의 표정과 는 반대로 소년은 들뜬 표정으로 노승에게 물었다.
“스님 먹을 겁니까?”
“그런 듯 하구나”
-와아아-
소년은 기쁜 듯이 노승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
노승과 일행이 마을을 나선 지 사흘 째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소년이었다.
“스님 또 마을입니다.”
소년이 노승에게 외쳤다.
‘아니 또..?’
그러자 노승은 생각했다. 길이 엇갈리고 있음을 짐작하며 그리고 소년에게 말했다.
“은휼아 우리가 길을 잘못 든 것 같구나 너 가 살던 곳과 반대로 향하고 있는 듯 하구나..”
“네? 그럴리가.. 강을 따라 분명히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빨리 가지 않으면 어머니가 기다리실 수도..있는데”
소년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소년과 노승이 마을을 보며 멈칫하는 순간 그때 마을 언덕에서 올라오는 포졸 들이 보였다.
-터벅 터벅-
포졸 들은 곧장 일행들과 가까워지며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포졸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한 사내였다.
“실례합니다! 혹시… 어디서 오시는 길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노승은 괜스레 걱정이 되어 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아 저희는 인근 마을에서 오는 길입니다. 혹시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아 최근 들어 아이들이 사라지는 일이 자주 일어나서 조정에서도 경비를 강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협조 부탁 드립니다. 그냥 어디서 온 것인지 여쭙는 거니 긴장하지 마십시오!”
노승은 그러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그에게 물었다.
“이 마을에서도 아이들이 사라졌습니까?”
그러자 노승의 의중을 눈치챈 포졸 대장이 그에게 물었다.
“그 말씀은 혹시 스님 뭔가 알고 계시는 겁니까?”
“예.. 실은 저희는 여기서 인근 마을에서 오는 길입니다…”
{…}
노승은 포졸 들에게 자신이 그간 겪었던 일을 세세하게 말해주었다. 노승의 애기를 들은 포졸 무리의 대장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그의 미간이 움츠러 들었다.
“검은 도포 무리라… 감사합니다. 스님 덕분에 수사에 도움이 되겠네요”
포졸들은 노승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노승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여기까지 온 것이 하늘의 뜻임을 직감했다.
“은휼아 …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도 다 하늘에 뜻인 것 같구나…”
“예… 이번 일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스님!”
노승과 소년은 마을을 내려다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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