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림자 소년

그림자 소년 6화 [염매 1]

kaether 2023. 7. 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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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년 6화 [염매 1]


새타니

 

어미에게 버림받아 굶어 죽은 남아의 원귀로 생전의 아픈 원한을 가지고 화목한 가정에 스며들어 죽은 자식의 육체에 깃들거나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정신을 조종해서 자식 행세를 하는 어린 아이 귀신


 

{휘이이이}

 

그날 밤 소년은 인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귀가에 들려오는 기묘한 휘파람 소리 때문이었다. 소년은 휘파람 소리에 이끌려 문밖을 나섰다. 그의 앞에는 소년의 동년배로 보이는 아이 하나가 마당에 앉아 휘파람을 불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소년은 이 밤중에 홀로 놀고 있는 아이를 보고는 의아해 하며 이내 정체불명 아이에게 물었다.

 

“애 너 거기서 뭐하니?”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휘파람만 불며 땅을 긁고 있었다. 소년은 아이에게 다가가 다시 물었다.

 

“이 밤에 안자고 뭐해? 누구 기다려?”

 

그러자 아이는 소년을 보며 뜬금없이 무리한 부탁을 해왔다.

 

“나랑 같이 놀자 ~”
“이 밤에?”

 

소년은 아이에 말해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다시 침착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자고 내일 같이 놀자”

 

그러자 정체불명의 아이는 정색을 하며 땡깡을 부리듯이 다짜고짜 길을 나섰다.

 

“아니! 난 지금 놀고 싶어! 따라와 봐 보여 줄 게 있어!”

 

정체불명의 아이는 소년을 안내하듯이 앞장서서 마당을 나섰다.

 

‘따라오라고? 이 밤에 위험하게 어딜 가려는 거지?’

 

소년은 문득 아이가 걱정이 되어 아이를 쫓아가기로 했다.

 

“같이가”

 

소년과 정체불명의 아이는 깊은 산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주변은 소년과 아이 외에는 숲 속에서 자란 것들 뿐 아무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어디 까지 가는 거야?”


“…”

 

한참을 걸어가도 아이가 대답이 없자 소년은 아이에게 소리쳐 물었다.

 

“어디 ~ 가는 ~ 거냐고!”

 

그러자 아이는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 손가락 끝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소년은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지만 풀숲으로 우거진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소년이 물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자 아이는 이상한 말을 읆조리기 시작했다.

 

“너도.. 나랑 같은 기운이 느껴져”
“어? 뭐라고”
“너도 우리 가족이 되지 않을래?”
“가족…?”
“가족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아이는 계속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을 뿐 정작 이곳까지 온 이유를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그러자 소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말했다. 내일 있을 여정에 차질이 생기기 전에 말이다.

 

“나..나는 어머니가 기다리셔서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떠나야 해”
“어머니?..너도 행복한 애구나… 안되겠다 역시 너도 우리랑 같이 있어야 겠어!”
“그게 무슨 말이야…”

 

소년은 아이에게 물어 보았지만 아이는 스산한 기운 풍기며 소년에게 손을 뻗으며 다가왔다.

 

-스르르륵-

 

아이가 다가오자 소년의 그림자에서 거대한 형체가 일렁이더니 순간 일대를 다 삼켜버렸다.


소년의 눈앞에는 어린 두 형제가 사내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내는 형제에게 침을 뱉음과 동시에 발길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부모도 없는 것들이.. 못 배운 티를 내기는”

 

-으아아아아앙-

 

동생으로 보이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주변에 퍼졌지만 정작 이들을 구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이어지는 사내의 말과 함께 구타가 계속되었다.

 

“울면 뭐가 달라지나 그러게 왜 도둑질을 해”

 

-퍽퍽퍽-

 

형은 사내의 발길질을 막아내며 동생을 필사적으로 감싸안았다.

 

 

늦은 밤

 

“형아 괜찮아?”

 

형제의 온몸은 사내들에게 맞아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그러나 형은 동생에 걱정과는 반대로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괜찮아 히히히히”
“형아 왜 웃어?

 

동생이 묻자 형은 주머니에서 감자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아까 챙겼지!”

 

형은 동생에게 감자를 내어주며 말했다. 비록 감자는 거의 으깨져서 예쁘지는 않았지만 주머니에 있어 흙은 묻지 않아 보였다. 동생은 형이 건넨 감자를 받으며 뛸 듯이 기뻐했다.

 

“우와 ~ 감자다!”
“자 이거 먹어”
“형은…”
“난 괜찮아 아까 몰래 먹었어..”

 

형이 안심시키자 동생은 그제서야 감자를 받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꼬르르륵-

 

곧이어 형의 뱃속에서 소리가 들리자 동생이 물었다.

 

“형아 무슨 소리야..?”
“아 이거 아까 많이 먹었더니 갑자기 배가 아프네 하하하”

 

형은 동생의 물음의 애써 말을 돌리며 웃어 보였다.

 

-뚜벅뚜벅-

 

그때였다. 형제의 모습을 지켜보던 검은 도포를 입은 남자가 다가와 형제에게 말을 걸어왔다.

 

“배고프니?

 

{…}

 

형제는 의아해 하며 사내를 보았다.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형이었다.

 

“누구세요..”
“자 이거 먹으렴!”

 

사내는 형제에게 쌀 과자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배고프지? 나를 따라오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단다.

 

결국 배고팠던 형제는 사내에 말에 혹하여 그를 따라가 보기로 결정했다. 그 길로 사내를 따라 어느 으슥한 곳으로 가보니.. 정체불명의 무언가 형제를 납치했다.

 

형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는 그들은 컴컴한 공간에 갇혀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빛 한줄기 들어 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 형제는 납치 되었다. 형이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거리자 딱딱하고 거친 것이 바위를 만지는 것 같은 감촉이 그의 손에 닿았다. 그리고는 이내 동생을 찾기 시작했다.

 

“쇠돌아 쇠돌아 어딨니”

 

그 소리에 동생도 정신을 차리고 형의 말에 대답했다.

 

“형 나 여깄어!”
“다행이다.”

 

형제는 그제서야 서로를 맞잡고 안심했다.

 

“여기가 어디지 어두컴컴한 것이 꼭 동굴 속 같구나”
“형아 나 무서워 ~”

 

동생은 형의 옷깃을 꼭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여기서 일단 나가자”

 

형제는 이내 어두운 곳에 시야가 이내 적응하더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 한줄기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서 빛이 들어 오는 것 같은데..”

 

형은 빛이 새어 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출구를 가로막은 바위를 밀어 보았으나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바위를 밀려면 적어도 성인 남자 셋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결국 탈출에 실패한 형제는 몇 날 몇 일을 동굴 안에 갇혀 굶어서 죽어가고 있었다.

 

-드르르-

 

동굴에 갇히고 몇 일 뒤 바위가 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체불명의 누군가 바위를 밀고는 이내 형제 앞에 먹을 것을 아주 조금만 놓고는 바위를 닫아 버렸다.

 

-드르르-

 

형제는 젖 먹던 힘까지 기어가 누군가 밀어 넣은 음식을 주워 먹기 시작했다.

 

다음날

 

-드르르-

 

또 다시 바위가 움직이며 정체불명의 손이 들어 오자 형은 바위 옆에 앉아서 준비해 두었던 돌멩이로 그 손을 있는 힘껏 내리 찍었다.

 

-으아아아-

 

사내의 비명 소리가 들리며 사내가 뒤로 물러 나는 듯 보이자 형제는 바위가 열린 틈으로 뛰쳐나갔다.

 

“으아아 이놈들 거기 서라!”

 

한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고함을 치자 이내 주변에 있던 다른 사내들이 형제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형제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헉헉헉-

 

몸은 기운이 없어 힘이 들어 가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욱 살고 싶다는 집념으로 필사적으로 뛰었다. 오직 살고 싶다는 일념 하에 말이다. 정체불명의 사내들은 형제들을 빠른 속도로 쫓아오며 외쳤다.

 

“이놈들 가만두지 않겠다.”

 

그러던 중 먼저 잡힌 것은 형제 중에 동생이었다. 아직 어린 동생은 도주하다 결국 사내들에게 잡혀 버렸다. 형은 동생이 잡히자 주변에 있는 돌을 들어 다시 한번 동생을 잡은 사내의 머리를 향해 있는 힘껏 돌을 던졌다.

 

-따악!-

 

형이 던진 돌의 사내의 머리를 타격하자 사내는 고함 소리를 내며 뒤로 쓰러졌지만 뒤따라온 일행이 소년의 몸통을 발로 차 쓰러뜨렸다.

 

-퍼억-
-으윽-

 

형은 사내의 발길질에 뒤로 나뒹굴며 넘어졌다. 그제서야 돌에 맞아 쓰러져 있던 사내는 피를 흘리며 칼을 뽑아 들며 외쳤다.


“으아아 이 녀석들 그냥 죽여버리겠어!”
“안돼 애써 구한 녀석들인데 어르신께서 알면 어쩌려고”

 

그러자 옆에 있던 사내가 칼을 뽑아 든 사내를 극구 말렸지만 사내의 분노가 가라앉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또 구하면 되지 얘네들 말고도 마을에 가면 얘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내들은 알 수 없는 대화를 이어가자 그들이 대화를 하는 동안 형은 동생을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쇠돌아… 괜찮냐..일어나…”
“형..”

 

형제는 서로에게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처음 바위에 손을 맞았던 사내가 어느새 나타나서는 칼로 형제를 단칼에 베었다.

 

-쉬잉-

 

칼에 베인 형제의 주변은 피가 낭자하게 튀기며 한줄기 폭포수처럼 주변을 피로 물들였다.

 

-피잇-

 

그 장면을 옆에서 대화를 하던 사내가 탄식을 하며 말했다.


“아이고..”

 

그러자 형제를 벤 사내는 칼을 한번 휘익 털더니 사내들에게 태연히 말을 이었다.

 

“됐어 이 녀석들 어차피 이제 염매를 하기에는 글렀고 내가 다시 마을을 뒤져서 구해볼게”
“어른신한테는 뭐라고 하려고”
“빨리 구해 봐야지”
“그래 어쩌겠어 이제 그만 내려가자.”

 

사내들은 죽어 가는 형제들을 뒤로하고는 산을 내려갔다.

 

-쿨럭쿨럭-


가까스로 쓰러져 가는 의식을 붙잡은 채 형은 동생을 불렀다. 그의 입에서는 선혈의 피가 뭉텅이 채 흘러 나오고 있었다.

 

“쇠..돌아..푸! 쿨럭”
“형….”

 

형제는 죽어가고 있었다…

 

“괜찮아 형이 있잖아…”
“형… 미..안..해..쿨럭!..내가 잡혀..서..”

 

형제는 그렇게 산속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싸늘하게 죽어갔다.


그러자 다시 의식을 되찾은 소년은 눈앞에 있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소년에게 소리쳤다.

 

“너.. 정체가 뭐야..”
“이..기억은..”

 

소년은 순간 회상되었던 기억이 아이의 기억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러자 곧이어 아이를 보며 말했다.

 

“힘들었겠구나…”

 

그러나 아이는 그가 결코 자신들을 공감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 하며 자신의 또래를 향한 질책이 이어졌다.

 

“너가 뭔데 우리를 걱정하는 거냐 너도 아직 애면서..”

 

아이는 소년에게 느껴지는 기운을 경계하면서 말을 다시 이었다.

 

“행복하게만 산 네가 뭐를 안다고.. 우리 형도 부모님만 계셨더라면.. 계셨더라면 죽지 않았을 거야…”

 

아이가 소년에게 살기를 내뿜으며 이어서 소리쳤다.

 

“너.. 대체 정체가 뭔데 내 기억을 훔쳐보는 거냐”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소년은 아이를 안심시키듯 말하며 생각했다.

 

‘이 아이도 저번에 만난 그 누나처럼 생전에 원한이 있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있구나..’

 

소년은 조심스레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
“도…와..줘?”
“응 내가 너희 형제들의 원한을 풀어 줄게…”

 

소년의 말에 아이는 그제서야 살기를 풀고 궁금한 듯 물었다.

 

“어..떻게 도와 줄건데…”
“일단 너희 형제가 성불 할 수 있게 무덤을 만들어 주고.. 내가..내가”

 

소년은 자신 있게 말하다가 이내 형제의 기구한 운명에 울컥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내가.. 내가..흑흑 나쁜 놈들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못하게 내가.. 대신 혼내 줄게!”
“혼내줘.. 나쁜 놈들..”

 

그 말에 아이도 소년의 진심을 느꼈는지 경계를 풀고는 자신의 진심을 말했다.

 

“우리 형의 이름은 갑돌이야! 그리고 내 이름은 쇠돌이! 아까는 너를 헤치려고 한 거는 미안해 나도 모르게 부러워서 그만…”
“괜찮아.. 내일 스님하고 같이 너희 형제 무덤을 만들어 줄게”
“고마워…”

 

 

다음날 스님과 소년은 형제의 무덤을 찾아서 땅을 다시 파고는 이들의 뼈를 고이 함에 넣어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무덤 위에는 나무에 새긴 이름이 써져 있었다. 갑돌! 쇠돌!

 

그리고는 아주머니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아이고 스님 감사합니다. 제가 그동안 아이를 잊지 못하고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아주머니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을 어찌 다 표현 할 수 있겠습니까!”

 

노승은 목각 인형을 묻어주며 말했다.

 

-탁탁-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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