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년 25화 [각자의 길 1]
그림자 소년 25화 [각자의 길 1]
고요한 바람이 비형랑의 주변에 일렁이자 정적이 흘렀다.
그 순간 거구귀가 소리쳤다.
{다들 피하십시오!}
거구귀의 경고와 함께 땅에서 거대한 동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이틈을 타 동굴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일행들의 뒤로는 비형랑의 날카로운 칼바람이 쏟아졌다.
-콰콰콰쾅-
칼바람으로 인해 주변은 물론 거구귀가 만든 동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다들 빨리 동굴로 들어오세요}
동굴을 달리는 일행들의 귓가에 거구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일행들을 뒤 쫓아 비형랑 역시 동굴을 향해 도약했다.
“소용없다!”
비형랑은 바람을 타고 빠르게 다가 오기 시작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동굴 입구는 순식간에 땅으로 주저앉으며 사라졌다.
한발 늦은 비형랑은 푹 꺼진 땅을 쏘아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쥐새끼 같은 놈들!”
일행들은 거구귀의 동굴을 통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제일 선두에서 달리던 장자마리가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저 녀석 정말 인간 맞아? 너무 강하잖아!”
그러자 옆에서 침울해진 표정으로 소년이 대꾸 했다.
“미안해… 내가 약해서”
{아닙니다. 저자는 아직 왕께서 성장하시기 전에 만난 것 뿐입니다.}
거구귀는 침울해진 소년을 위로하듯 말했지만, 소년은 자신의 나약함으로 인해 일행들이 위험에 휩쓸릴 뻔 했다는 것이 분했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그 시각 일행을 놓친 비형랑은 자신의 이매망량 들을 불러 놓고는 소리쳤다.
“쥐새끼들을 당장 쫓아라!”
그러자 이매망량 무리들이 흩어지며 길달만이 비형랑에 앞에 남게 되었다.
"대장..."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길달이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저자들을 가만 냅두시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자 길달의 말을 들은 비형랑이 크게 격노하며 소리쳤다.
“뭐라! 그게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이제 살생은 그만 하시고 저희 일에 집중을 하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그들을 쫓다가는 피해만 더 나올 뿐 입니다. 다른 요괴들에게 정황을 들어보니 저 자들은 그저 유엽화들이 자신들에게 찾아와 받아 준 것 뿐 잘못이 없습니…”
-쉬이이익-
길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칼바람이 날아왔다.
-툭-
길달이 쓰고 있던 삿갓의 윗 동이 날카로운 면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
“네가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 잊은 것이냐! 우리가 예전에 다짐했던 일을”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더 이상 사상자가 나올까 우려되어…그만}
“우리가 다짐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천하를 우리 발아래 두어 인간도 요괴도 아닌 우리가 왕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를 차별했던 자 들을 발아래 두고 그 위에 당당히 군림하는 왕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문제 없다. 뭐가 되었건 인간이건 요괴건 방해되는 놈들은 없앤다. 그것의 우리의 철칙이다!”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대화로 애기를 해보시는 것이…}
그러자 어느새 바람처럼 다가온 비형랑이 길달을 바로 앞에서 마주했다. 비형랑은 길달의 목에 부채를 갖다 대며 말을 이었다.
“너는 그냥 내 말만 따르면 돼! 그게 너의 역할이다. 명심해라! 인간도 요괴도 믿어서는 안돼!”
그 말을 끝으로 비형랑은 바람처럼 사라지며 자리를 떠났다.
{대장…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엇갈렸을까}
길달은 생각에 잠기며 홀로 서 있을 뿐이었다.
성공적으로 도주한 일행들은 거구귀의 동굴 밖으로 나와 애기를 나누고 있었다.
“큰일 이구나 그자가 지금도 우리를 쫓아오고 있을 터인데… 이를 어찌할고…”
노승이 혼잣말을 하며 걱정하던 때 장자마리가 대화에 껴들었다.
“아 그렇지! 중촌! 중촌이 있었어! 그 녀석 때문에라도 중촌으로 가야겠어!”
“중촌? 그때 네가 말한 도깨비 마을 말하는 거야?”
소년이 장자마리에게 묻자 이내 거구귀가 소년의 물음에 대신 답하였다.
{안 됩니다. 지금은 아직 이릅니다. 그 남자를 만난 것 보다도 더…}
중촌을 언급하는 장자마리의 말에 거구귀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장자마리 역시 그와 다른 의견을 내비치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곧 있으면 저 녀석들이 따라 붙을 텐데…”
거구귀와 장자마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소년 역시 걱정스러운지 기어가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며 거들었다.
“어떻하지…”
장자마리는 땅을 발로 긁어대며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애기를 꺼내자 거구귀의 말이 들려왔다.
“그녀석 뭐야 정말 인간 맞아?”
{녀석은 인간이 아니다!}
거구귀의 말을 들은 일행들이 일제히 거구귀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뭐야 역시 요괴였어?”
{요괴도 아닙니다.}
“그럼 뭐야?”
소년이 궁금해 하며 묻자 거구귀가 다시 말을 꺼냈다.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과 귀신 사이에서 태어난 반요가 인간 세계에서 머무르며 사람들과 섞여 살고 있다는 애기를…}
“반요?”
{예 그렇습니다. 그자는 요괴도 인간도 아닌 반요! 반요는 인간 세계에서도 요괴 세계에서도 극심한 차별을 받죠. 녀석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녀석은 필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라면 어떻게든 저희를 죽이려고 쫓아 올 것입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 일지도 모르겠군요}
“좋은 기회라니 그게 무슨..”
{녀석을 쓰러트리고 강함을 증명할 기회 말입니다.}
“그 자를 쓰러트리라고? 내가?”
{예 이번 기회에 그자를 쓰러트리고 다른 후보들에게 선포 하십시오! 차세대 도깨비 왕이 누구인지!}
“그치만 그 사람 아니 반요 그 사람은 너무 강한 걸 어떻게 해…”
{왕께서는 아직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시지 못합니다! 능력을 깨워야지요! 그렇게만 된다면야 충분히 그자를 능가하는 힘을 사용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애기를 듣고 있던 장자마리가 화를 내며 대화에 끼어 들었다.
“그니까! 중촌으로 가자니까!”
장자마리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거구귀가 말을 꺼냈다.
{걱정 마십시오! 왕께서 걸으시는 길을 도와줄 자를 알고 있습니다.}
“정말? 그게 누군데?”
거구귀를 따라 일행들은 어느 호수에 다다랐다.
“우와 이런데 이렇게 큰 호수가 있다니…”
높은 고지에 위치한 산에는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소년은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곧이어 소년의 귓가에 거구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에는 결계가 쳐져 있어 아무나 들어 올 수 없는 곳입니다.}
“결계?”
소년이 묻자 장자마리가 껴들며 이야기를 꺼냈다.
“나 알아! 알아! 이곳 해태가 있는 곳이지?”
장자마리가 말하자 이내 소년이 놀라며 되물었다.
“해태라고?”
{맞습니다. 이곳은 해태라는 영물이 사는 곳이죠 해태는 선한 이에게만 자신이 사는 곳의 출입을 허가해서 오직 선택된 자 만이 이곳에 들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럼 나 해태에게 허락 받은거야?”
소년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거구귀에게 묻자 이내 거구귀가 나지막히 답했다.
{그건 아직 모릅니다. 워낙 변덕스러운 영물이라 선택이 어떻게 바뀔지는 왕께서 하시기에 달려 있습니다.}
거구귀가 말을 마치자 곧이어 호수에서 커다란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푸와와와아-
호수 가운데서 부터 일어난 거대한 파장! 그것을 중심으로 솟구치는 물 분수! 그것은 하늘에서 부터 내리는 맑은 빗줄기를 만들어냈다. 곧이어 그 중심에 나타난 거대한 범의 형상! 그것은 범의 몸뚱이에 이마에는 거대한 뿔이 달려 있는 동시에 무서운 가면을 쓰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네놈들은 누구냐! 감히 허락도 없이 이곳에 들어 오다니 각오는 되어 있겠지!}
해태의 음성이 사방에 울려 퍼지자 순식간에 일행들을 압도했다. 곧이어 거구귀가 입을 열었다.
{해태! 정의로운 영물이시여 저희들은 시험을 받으러 이곳에 왔습니다.}
{시험이라 … 네 정의로운 자를 못 본지도 벌써 100년이 훌쩍 넘었거늘… 아직도 시험을 청하는 자가 있다라?}
{세대는 교체되기 마련이지요!}
{흥! 말 뿐이라면 누가 못하겠느냐}
해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일행들을 훑어 보았다.
{돌아가거라! 너희 중에 내 시험을 받을 자격이 있는 자는 없다.}
{한번만 더 생각해 주십시요! 저희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돌아가거라!}
거구귀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해태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렇지만 그 애기를 듣고 있던 소년이 이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말을 이었다.
“해태님 부탁입니다. 어떤 시험이든 좋으니 부디 강해 질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해태는 갑작스럽게 대화에 껴든 소년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해태의 눈이 정면으로 소년을 응시하자 잠시 빛이 일렁이는 듯 보였다. 해태는 소년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강해지고 싶은 것이냐! 대답에 여하에 따라 생각 해보겠다.}
해태는 더욱 일행들을 압도하는 기운을 내뿜어 내며 말하자 소년은 잠시 정신이 어지러운 기운을 느꼈다. 해태의 몸에서부터 삐져 나오는 기백은 소년이 그동안 만났던 그 어떠한 요괴나 영물 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렇기에 소년은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해태는 보통의 요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함을 지녔다 라는 것을!
그렇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 소년은 용기를 내어 해태에게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
“저는 세상을 구하고 싶습니다. 요괴와 인간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 그것이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흥 허튼소리… 그것은 용조차도 하지 못한 일. 하물며 고작 어린 아이의 불과한 네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꼭 그런 세상을 만들고 말 것입니다.”
{지극히 높은 이상을 꿈꾸는 자여! 네 너의 뜻은 알겠다만 그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세상에는 너처럼 선한 마음을 품고 있는 자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악한자들도 항상 존재한다. 이것은 하늘조차도 끊을 수 없는 자연의 법칙! 설사 네가 그것을 이룬다고 한들 나중에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어찌 알겠느냐! 너는 너 자신을 알고 있느냐}
소년의 말은 해태가 듣기에는 순수한 무지의 불과해 보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해태는 그런 소년의 순수한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다만 해태는 그것을 소년 스스로 깨닫기를 원했다.
소년은 당돌하게 대답했다.
“그것은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그전에 나쁜 놈들에게서 사람들과 요괴를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당돌하구나… 사람도 요괴도 모두 지킨다니… 정말 그 말을 네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해태가 소년을 향해 쏘아붙이듯이 말하자 주변에 파장이 다시 한번 일렁였다. 그렇지만 소년은 해태에 기백에도 불구하고 당돌하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꼭! 그렇게 만들 것 입니다. 아무도 고통 받지 않는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
소년의 당돌한 태도의 해태는 과거 소년과 닮은 한 남자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렇기에 해태는 소년을 한번 믿어 보기로 결심했다.
‘흥.. 오랜만에 그 녀석이 생각 나는군’
잠시 후 정적을 깨듯 해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녕 그것이 진심이라면 내 말리지는 않겠다. 네 말처럼 그 길에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좋다… 네가 가는 그길…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느냐!}
해태가 근엄한 목소리로 묻자 이내 소년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네 준비 되었습니다!”
소년의 대답과 동시에 소년의 몸이 하늘로 떠 올랐다.
-투투투투-
소년과 해태를 중심으로 파도가 진동하고 곧이어 그들로부터 빛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해태와 소년은 일행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