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년 24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7]
그림자 소년 24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7]
거구귀(巨口鬼)
한국의 설화에 등장하는 요괴 중 하나로 이름 그대로 입이 아주 큰 요괴이다. 그 입은 윗입술이 하늘에 닿고 아래 입술은 땅에 닿을 정도로 그 앞에 나타난 이에게 아주 크게 보인다. 그런 어마무시한 외관과는 달리 거구귀는 비범한 사람을 만나면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변해 자신을 청의동자라고 소개 한다. 거구귀는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사람의 곁에서 그를 보좌하고 수호하는 존재로 변한다.
그날 밤 불청객들이 일행들을 찾아왔다.
“틀림없다… 저 녀석들이야!”
“아직 어린애랑 고작 늙은 노승인데… 무슨 힘이 있다고”
“너 요괴 맞냐? 이 기가 안 느껴진다고?”
이매망량들dl 논쟁을 벌이며 수군대었다. 이들은 비형랑의 이매망량들로 일행들을 쫓아 마침내 이곳까지 쫓아온 요괴 들이었다. 그때 잠든 일행들을 뒤로한 장자마리가 이매망량에게 다가와 호통을 쳤다.
“네 이놈들! 뭐 하는 놈들 이냐!”
어느새 나타난 장자마리는 이매망량무리들의 스산한 기운을 눈치채고 겁도 없이 혼자 다가와 큰소리쳤다.
…
싸늘한 반응과 함께 돌아 온 것은 장자마리를 향한 이매망량들의 조롱이었다.
{너는 뭐냐…}
{죽고 싶어 환장했냐?}
{냅둬봐 재밌는데 왜 ㅋㅋㅋㅋㅋ}
장자마리의 호통을 들은 이매망량 무리들은 실소를 해대며 장자마리를 비웃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감히”
이내 장자마리는 자신을 조롱하고 있는 이매망량의 무리 중 가장 약해 보이는 요괴를 향해 날라차기를 감행했다.
장자마리의 날라차기에 맞고 잠시 뒤로 주춤 물러난 요괴는 장자마리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냐…}
장자마리의 날라차기에 맞은 요괴는 타격이 전혀 없는지 뒤로 살짝 밀린 것 빼고는 타격이 없어 보였다.
…
이내 당황한 장자마리의 머릿속에는 수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뭐지… 전혀 타격이 없잖아… 내 생각 보다 강한 요괴들이었어 어떻하지… 지금이라도 가서 쟤들을 깨울까? 아니야… 그랬다 간 또 내 위상에 금이 가버려서…’
장자마리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 성난 요괴들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 왔다.
{뭐냐고… 너!}
{죽고 싶은 것이냐!}
{그냥 죽이자!}
{뭐야 쬐그만한게 까불고 있어!}
요괴들이 장자마리를 향해 살기를 들어내며 소리쳤다.
‘큰일이다… 아무래도 내가 실수 한 것 같은데…’
이에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느낀 장자마리의 등에서는 어느새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장자마리는 당황하지 않은 기색으로 진지하게 그들을 향해 말했다.
“훗! 너희들 나의 필살기를 보면 그 태도도 달라 질 것이다… 그 이름 하여 필살 必殺 !”
이매망량 무리들이 내심 긴장하며 주춤하기 시작했다.
…
찰나의 정적과 함께 장자마리가 외쳤다.
“36계 줄행랑!”
장자마리는 이내 꽁지가 빠지게 일행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순간 당황한 이매망량들은 곧이어 사태를 파악하고 장자마리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잡아라!}
“헉헉헉 잡히면 죽는다… 빨리 도망쳐야 돼!”
장자마리는 일행들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일행들이 자고 있는 문을 벌컥 열고 장자마리가 이내 소년을 다급히 깨웠다.
“일어나! 일어나! 요괴들이 몰려 오고 있어!”
“응… 스승..님? 왜요!”
소년은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부시시한 표정을 지으며 잠에서 일어났다.
“빨리 일어나 이러고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야! 요괴들이 쫓아오고 있다고!”
“네?”
곧이어 이매망량 무리들이 일행들이 자고 있던 주막을 뒤덮는 습격이 이어졌다.
-쿠쿠쿠쿠-
이매망량들의 거친 공격이 사정없이 주막을 흔들기 시작했다.
{저한테 맡기시지요…}
그러자 어느새 나타난 거구귀가 소년에게 말했다. 거구귀의 말과 동시에 이내 주변은 거대한 거구귀의 입속으로 뒤덮였다.
{지금 입니다! 이제 마음껏 능력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거구귀가 말하자 소년은 촛불에 비췬 자신의 손 모양을 늑대처럼 만들어 보였다.
흑랑(黑狼)
어느새 자신의 능력에 익숙해진 소년의 그림자에서 늑대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며 검은 늑대들은 침입한 이매망량 무리들을 사정없이 물어 뜯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느새 의기양양해진 장자마리가 소리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삼켜라!”
곧이어 소년의 말과 함께 이매망량무리들은 소년의 그림자에 흔적도 없이 삼켜지자 그것을 확인한 거구귀도 자신의 힘을 다시 거두었다. 거구귀가 힘을 거둠과 동시에 일행들이 있던 주막이 다시 모습을 들어 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 들이라 뒤늦게 일어난 노승이 소년에게 물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
그러자 이내 장자마리가 거드럭대며 대꾸했다.
“흥 이 몸이 아니었으면 너희들은 저 요괴들한테 진작 잡아 먹혔어!”
“그게… 무슨…”
당황해하는 노승을 보며 소년이 말을 이었다.
“스님 괜찮습니다. 이제 다 해결된 것 같아요! 다 장자마리 스승님 덕분이예요!”
소년은 천연덕스럽게 장자마리를 보며 말했다.
“흠..흠..”
왜인지 양심에 찔려 헛기침을 해대는 장자마리였다.
“그래! 그것참 큰일 날 뻔했구나…”
노승이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 요괴들은 누구일까요?”
그러자 소년의 말에 장자마리가 답답한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그것도 모르냐… 딱 봐도 그때 봤던 그슨대 무리들과 한패잖아!”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소년은 탄성을 질렀다.
“아… 그런 것입니까!”
{아직 안심하시긴 이릅니다…}
그때 그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든 거구귀의 경고와 함께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쉬이이익-
순식간에 일행들을 덮친 날카로운 칼바람!
그것은 그들이 자고 있던 주막이 풍비박산이 될 만큼 무자비한 칼바람이었다. 그 바람이 지나간 곳에는 지붕은 물론 벽까지 바람에 찢어지듯이 부숴져 날아갔다.
-콰콰콰쾅-
일행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람에 날아간 건물의 잔해에 깔려 버렸다.
잠시 후 쓰러진 건물 잔해들 속에서 일행들이 곧이어 하나 둘 씩 잔해물을 해치며 일어섰다.
“으으으… 뭐야”
“헉헉 죽을 뻔했어!”
“아니 이게… 무슨”
그때 였다.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날카롭지만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들이 내 이매망량을 빼앗아 가는 것은 물론 해치기까지 한자들 이렸다.”
…
“누구십니까!”
남자를 향해 노승이 당황해하며 묻자 이내 남자가 말을 이었다.
“나는 비형랑이다. 들어는 봤겠지? 겁도 없이 나의 이매망량을 탐하다니 각오 하거라!”
자신을 비형랑이라 소개한 남자는 다시 부채를 펴 들어 무자비한 공격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익-
날카로운 칼바람 소리와 함께 일행들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는 칼바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다급한 일행들의 비명 소리와 동시에 거구귀가 소리쳤다.
{제 뒤로 피하십시오! 이자는 위험하니 제가 맡겠습니다.}
어느새 나타난 거구귀는 비형랑의 칼바람으로 부터 일행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일행들의 앞에 생겨난 거대한 문 앞에는 바람에 찢어 발긴듯한 생채기가 곳곳에 나있어 보였다.
거구귀는 이내 비형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부터 땅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비형랑을 향해 바닥에서 부터 빠르게 솟구치기 시작하는 바위들이 맹렬한 기세로 그를 덮치기 시작했다.
“허튼 짓거리를 하는구나!”
그렇지만 비형랑은 이내 바람 같은 몸놀림으로 거구귀의 공격을 가뿐히 피하며 다시 한번 부채를 펴 들었다.
“오의! 칼바람 난무(亂舞)”
바람처럼 공중에 날아오른 비형랑의 주변에 다시 한번 사방으로 춤을 추는 바람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쉬쉬쉬쉬쉭-
춤을 추듯이 사방으로 펼쳐진 날카로운 바람들이 거구귀의 문은 물론 그 뒤에 일행들에게 까지 타격을 가하며 일행들은 하나 둘씩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으아아아아-
일행들의 비명을 뒤로하고 거구귀는 끝까지 서서 자리를 지키며 다음 공격을 감행했다.
{네 이놈!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거구귀의 호통과 함께 이내 비형랑의 주변에 땅이 솟아 오르며 그를 사방으로 덮어 버렸다.
-퍼억-
비형랑을 덮은 땅들이 흩어지듯 부셔지며 날카로운 바람이 그의 주변에 다시 일렁였다.
-쉬익-
바람으로 인해 사방으로 흩뿌려 지는 흙먼지! 그것은 거구귀의 공격을 가뿐히 압도하고 남은 바람이었다.
“소용없다!”
어느새 거구귀의 공격에서 벗어난 비형랑이 일행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희들의 이매망량을 이끄는 자는 누구냐! 어서 나오지 못할까. 그렇지 않으면 내 너희들의 목을 따다 마을 입구에 걸어두어 요괴들의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비형랑의 날카로운 음성이 사방에 퍼지며 일대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정적을 깬것은 소년이었다. 먼지를 털며 조심스럽게 걸어 나온 소년이 외쳤다.
“저희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저희에게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오호라! 네가 대장이구나 어린것이 당돌하기 그지없구나!”
“자꾸 이러시면 저도 가만 있지 않겠습니다.”
소년의 말에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이내 다시 부채를 펴 들었다.
"허튼 소리!"
소년 또한 달빛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로 늑대를 만들어 보였다.
흑랑(黑狼)
곧이어 소년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검은 늑대 무리들이 비형랑에게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재밌는 능력을 쓰는구나"
비형랑은 자신의 부채를 휘두르며 검은 늑대들을 향해 칼바람을 날려 댔다.
-스르르르-
비형랑의 칼바람을 맞으며 검은 늑대 무리들이 하나 둘 씩 흩어지며 사라져 갔다.
그러나 비형랑에게 달려드는 검은 늑대들의 수는 일백! 그렇기에 어느새 비형랑의 근처에 다다른 검은 늑대 무리들이 곧이어 날카로운 이빨을 들어내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오의! 칼바람 난무(亂舞)”
비형랑의 주위로 칼바람이 휘몰아치며 이내 다가온 검은 늑대들이 사방으로 날아드는 칼바람의 의해 모두 흩어졌다. 소년의 회심에 일격에도 불구하고 비형랑은 가뿐히 모든 그림자 늑대들을 쓰러뜨렸다.
“이제 재주는 다 부린 것이냐?”
비형랑은 소년을 쏘아보며 말했다.
비형랑의 초월적인 능력을 보고는 소년은 주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무리 강한 요괴들이 나타나도 소년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린 적은 없었다. 하물며 요괴도 아닌 인간에게 밀리다니… 그렇기에 소년의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너무 강해… 저자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러다가는 저자의 공격에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휘말리고 말거야’
복잡한 소년의 머릿속과는 별개로 비형랑은 다시 한번 소년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재주는 다 부린 것이냐 물었다. 그런 것이라면 이제 그만 끝을 내주마!”
비형랑은 이내 부채를 펴 들어 자신의 손목을 비트는 자세를 취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