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년 23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6]
그림자 소년 23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6]
긷달
금빛 여우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요괴. 평소에는 빨간 피부의 외형을 하고 있으며, 머리에는 뿔이 달린 인간형 도깨비의 형태를 하고 있다. 또한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여우로 둔갑해 빠르게 이동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이한 점은 길달이라는 여우 요괴는 요괴도 인간도 아닌 반요 라는 점이다.
그날 밤
잠든 소년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왕 이시여… 왕 이시여…}
아직 잠에서 덜 깬듯한 소년은 홀린 듯이 소리가 나는 숲 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한참을 숲 속으로 걸어가던 소년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년의 눈앞에는 풀숲들이 우거진 곳에 위치한 거대한 도깨비의 머리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거대한 도깨비의 형상의 소년은 잠시 주춤했지만 자세히 보니 자신의 앞에 있는 형체는 도깨비의 머리가 아닌 거대한 석상 같은 동굴 입구임을 알 수 있었다.
“뭐지… 동굴?”
거대한 동굴의 크기에 압도 된 것도 잠시 다시 한번 동굴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이시여… 왕이시여…}
스산한 기운과 함께 동굴 안에서 메아리치는 목소리. 소년은 목소리를 따라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곧이어 소년의 모습을 한 아기 동자가 소년의 눈앞에 나타났다.
{왕이시여! 기다렸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아기 동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다짜고짜 소년에게 예를 표하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스러운 듯 소년은 아기 동자를 보고 멈칫하고는 그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왕이라니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청의동자라고 하옵니다.”
“청의동자요?”
그러자 곧이어 자신을 청의동자라 소개한 동자는 소년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갑작스러운 청의동자의 등장에 소년은 당황했지만 그런 소년의 마음을 아는지 청의동자는 용서를 구하며 자신이 소년을 부른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우시겠지만 제가 이곳까지 당신을 부른 이유는 다가오는 피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렇지만 청의 동자의 말은 여전히 소년이 알아듣기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청의동자에게 질문했다.
“피 바람이요?…”
{그렇습니다… 곧 이 세계에는 피 바람이 불 것입니다.}
“피 바람이 분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죽는 다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까?”
소년이 청의동자의 말에 사색이 된 표정으로 묻자 이내 청의동자도 어두운 표정으로 답하였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왜 그런 일이…”
{하늘의 뜻을 한낱 미물의 불과한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만 저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고자 할 뿐입니다.”
“그 말씀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피 바람을 잠재울 수 있죠?”
{그건 왕께서 어떻게 하시냐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돌아온 청의동자에 말에 소년은 더욱 의아해하며 물었다.
“왕…이라뇨… 혹시 저한테 하시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왕이시여!}
“제…제가 왜 왕이죠! 왕은 도성에 앉아 계신 분이 왕인데…”
{당신은 다가올 요괴 전쟁에서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그들을 화합하여 전쟁을 끝내게 될 우리들의 진정한 왕이 될 것이며 그 영향은 후에 많은 사람들을 구하게 될 것입니다.}
청의동자의 알 수 없는 예언 같은 말을 들은 소년은 머리가 하애져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왕이라니… 대체..’
그런 소년을 뒤로하고 어느새 소년을 따라온 장자마리가 이들에 대화에 끼어 들었다.
“흠… 그러니까 너도 우리 이매망량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애기잖아?”
장자마리는 청의동자를 향해 말했다.
“이매망량? 또?”
소년은 장자마리를 보며 소리쳤다.
“아이 깜짝이야! 귀 떨어지겠네!
장자마리는 깜짝 놀랐는지 잠시 몸이 들썩거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뭐에 놀란거야 넌… 이 몸? 아님? 얘?”
장자마리가 자신을 가리키다 곧이어 청의동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놀라운 애기를 들어서…”
소년의 혼잣말 과도 같은 대답과 함께 장자마리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뭔 애기를 들었는지는 몰라도 맞을걸? 얘가 이래 봬도 제법 용한 요괴거든…”
장자마리는 청의동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 장자마리를 뒤로하고 청의동자는 조심스레 소년을 향해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했다.
{부탁 드립니다. 왕이시여 부디 저희들의 왕이 되어 주십시오!}
청의동자는 이내 소년에게 다시 절을 올렸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소년은 다시 한번 당황스러웠다.
“아…아니 잠깐만 나도 생각할 시간을 좀…”
그때 다시 장자마리가 이들의 애기에 껴들며 거들기 시작했다.
“그냥 받아줘! 어차피 이 녀석 제법 도움이 될 거야! 그래야 너 가 나중에 도깨비 왕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말이야!”
“도깨비 왕? 그건 그냥 너가 하던 놀이 아니었어?”
소년은 장자마리가 평소에 애기 하던 도깨비 왕 이라는 것이 그저 장자마리가 하던 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어질 장자마리의 반응은 소년과 달리 사뭇 진지했다.
“뭐? 놀이? 놀이는 무슨… 그러고 보니 스승님 이라고 부르랬지 너 왜 자꾸 다시 반말해… 너 내가 몇 살인지는 알기나 해!”
장자마리는 소년에 물음에 울컥하더니 자신의 짧은 다리를 방방거리며 씩씩 거렸다. 소년은 미안했는지 말을 버벅거리며 장자마리에게 말했다.
“아.. 미안..아니 스승님”
소년의 사과에 어느 정도 분이 풀린 장자마리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흠.. 아무튼 이 녀석은 무조건 받아 줘야 돼! 이래 봬도 이 녀석 무려 거구귀거든…”
소년은 장자마리가 의미심장하게 뱉은 말은 안중에도 없는지 어느새 청의동자를 일으키며 말하고 있었다.
“일어나세요!”
청의동자를 일으키고 있는 소년을 보자 장자마리는 또다시 방방거리며 소년에게 씩씩거렸다.
“너…너 또 나 무시했어…”
소년은 한쪽 손을 들어 올려 장자마리의 애기를 끊으며 대꾸했다.
“잠시만요 스승님!”
…
‘이 녀석… 한번만 봐준다… 내가 착하니까 참는 거지 다른 녀석이었으면 넌 뼈도 못 추렸어…’
장자마리는 애써 속으로 자신을 위안하며 이어질 소년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과 청의동자의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좋아요 그대신 사람을 헤치는 일은 안 할 거예요! 약속 할 거죠? 청의동자님?”
“약조하겠습니다! 왕 이시여!”
소년은 청의동자가 약조하자 자신의 이매망량으로 받아 들였다.
“거구귀라니까…”
그런 그들의 옆에서 틱틱거리는 장자마리의 말과 함께 이들의 대화도 어느덧 마무리 되었다.
…
어느덧 거구귀 와의 대화를 마치자 거대했던 동굴 입구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앞에는 장자마리 만이 소년의 앞에 남아 있었다.
{감사합니다. 왕 이시여!}
소년의 그림자로 사라진 거구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렇게 소년에게 또 한 마리의 강한 아군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나한테는…?”
장자마리가 옆에서 꼬장스런 말투로 소년의 그림자에게(거구귀) 말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
이번에는 장자마리가 소년에게도 동의하듯 물어보았다.
“안 그래?”
“가요 스승님!”
소년은 졸린 눈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
다음날
“자 이제 다 왔다. 마을이구나!”
마을 입구로 들어온 일행들을 보며 노승이 말했다. 마을에 도착한 이들은 신나 보였다.
“와아아아아 마을이다!”
소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기뻐 보였다.
“허허! 녀석 그렇게도 좋으냐!”
노승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소년에게 물었다.
“그럼요 스님! 마을에 맛있는 것 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소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맛있는거 맛있는거”
그런 그의 옆에 있던 장자마리가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크흠… 허허…”
“스승님 왜 그러세요?”
소년이 장자마리를 보며 물었다.
“잊지는 않았겠지…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 맛있는게 있으면 나 부터 좀…”
장자마리가 무게를 잡으며 말을 이어가다 인기척이 없자 소년을 보았다.
“와아아아아 마을이다”
소년은 어느새 마을로 뛰어가고 있었다.
‘저 자식…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먹을 것 앞에서는 스승이고 뭐고 없다는 거냐… 언제는 스승님이라고 부른다면서…’
마을로 달려가고 있는 소년을 보며 순간 소년에게 무시를 받았다는 생각에 장자마리는 다시 한번 속으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마음에 도착한 이행들은 비형랑에 대한 이야기를 수소문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지나가던 행인에게서 비형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노승에게 재차 물었다.
“비형랑이면 그 도성에… 계신?”
“예 맞습니다. 혹시 그자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어우! 알다마다요!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서 그분에 대한 소문은 전국에 파다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역시 신원사에 요괴들을 시켜 만든 귀교를 지은 일과 ….”
남자는 노승에게 비형랑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남자와 애기를 끝마친 노승은 남자에게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애기를 끝마치고 돌아섰다.
“오다가다 만날 사람이었구나!”
노승의 알 수 없는 말에 옆에 있던 소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스님!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너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네?”
노승에 말에 소년은 점점 의문이 생겼지만 노승의 얼굴에 비춘 낯빛이 어두웠기에 소년은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일행들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요괴들이 떼를 지어 숲 속을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서둘러라! 그 아이를 보면 지체 말고 나에게 보고하라!}
여우 요괴로 변한 길달이 주변에 소리치자 이내 요괴들이 흩어져 산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일행의 흔적을 쫓던 요괴 무리들이 이틀 째 되던 날 누군가 소리쳤다.
{찾았다!}
일행의 흔적을 발견한 도깨비 한 마리가 동료들에게 외쳤다.
{틀림없는 늙은이와 어린아이의 발자국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이 짙은 기운! 틀림없다 그 녀석 들이다!}
{틀림 없는 것 같은데?}
{오 빨리 찾았는데?}
요괴들이 모여 떠들기 시작하자 이내 곧이어 길달도 소식을 듣고 모여들었다.
{너희들은 이 녀석들의 뒤를 쫓아라! 위험하니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해라! 나는 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
일행들의 발자취를 쫓아오는 어둠의 그림자들. 그것은 일행들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