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림자 소년

그림자 소년 20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3]

kaether 2023. 7. 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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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년 20화 [이매망량을 부리는 자 3]


유엽화

 

<용재총화>에 기록된 도깨비의 일종으로 무리로 몰려다니며 정해놓은 대상을 포위해 몰이 사냥을 즐겨 하지만 그저 놀래 키기만 할 뿐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하지는 않는다.


한편

 

수도 도성에는 비범한 능력을 가지기로 소문난 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비형(鼻荊)이고 랑(郞)은 사내를 뜻해 사람들은 그를 비형랑 이라 불렀다. 이자가 어떤 비범한 능력을 가졌는지는 그의 일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7세 때 되던 해에는 밤에 혼자 나가 귀신들과 놀고 있었다는 마을 사람들의 목격담이 자자 했었으며 그는 비범한 능력과 더불어 머리도 굉장히 좋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어린 나이임 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벼슬에 올랐다. 그가 마침내 15세에 이르던 때 그가 본격적으로 유명 해진 계기가 된 일화가 있다.

 

왕이 북쪽에 있는 신원사 라는 절 근처에 돌다리를 놓고 싶었으나 하도 강물이 거세 돌다리를 놓았다 하면 사고가 일어 골머리를 앓고 있던 때 왕은 비형랑을 불러서 물었다.

 

“너가 그리 비범한 능력을 가졌다고 소문이 자자 하던데 신원사 근처에 돌다리를 놓을 수 있겠느냐”

 

라고 묻자 비형랑은 그리 하겠다 말하며 자신의 수하인 귀신들과 도깨비를 부려 돌을 깍고 다듬어 하룻밤 사이에 돌다리를 놓게 되는데 그 일을 계기로 비형랑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높은 관직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지은 다리를 사람들은 귀교라고 불렀으며 귀교는 비형랑의 상징처럼 지금도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늦은 밤 자신의 방안에서 촛불을 키고 선비로 보이는 자가 책을 읽고 있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자신을 길달이라 소개하며 선비를 불렀다.

 

“대장 길달입니다.”
“들어 오거라!”

 

선비가 이내 말하자 길달이란 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스르륵-

 

문을 열고 들어온 길달이라는 자는 사람의 모습이 아닌 마치 도깨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곧이어 길달이 삿갓을 벗자 그의 생김새가 더욱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과 비슷해 보이지만 피부는 빨겠으며 머리에는 작은 뿔이 나있었다. 그것은 필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요괴라고 칭하기에도 이질감이 드는 모습이었다.

 

“대장 귀교를 밝히던 유엽화들이 도망갔습니다.”

 

길달 은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선비에게 말했다. 선비는 아무 말 없이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턱-

 

잠시 후 정적을 깨듯 선비는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입을 열었다.

 

“유엽화들이?”
“네 그렇습니다!”
“무슨 연유로 그런지 알아 보았느냐?”
“그게.. 지금 저희들이 백방으로 알아 보고 있지만…”

 

길달 은 잠시 주춤하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 함흥차사란 말이구나!”

 

남자가 말하자 이내 주변의 공기가 짙어지더니 촛불이 꺼졌다.

 

“죄..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찾아 보겠습니다.”

 

길달 은 양 무릎을 꿇고 남자에게 고개를 연신 조아리며 사죄했다.

그리자 곧이어 선비는 부채를 꺼내 들어 피고는 답답했는지 부채질을 해대며 말을 이었다.

 

“뭐… 됐다! 곧 찾겠지 눈에 띄는 녀석 들이라 어차피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것이야! 그것보다 일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거겠지?”

 

길달이 남자의 눈치를 보며 답했다.

 

“예 그슨새 들을 풀어 방해가 될만한 인간들은 모두 제거 해 두었습니다.”

 

남자는 중얼거렸다.

 

“그래.. 마침내 우리 손안에 천하를 거머쥐게 되는 날이 다가 오고 있다.”


착호갑사와 일행들은 이틀이 흘러서야 마침내 마을까지 올 수 있었다.

 

“주모! 여기 한 그릇 더 주쇼!”

 

착호갑사 일행 중의 한 명이 밥그릇을 들고는 외쳤다.

 

“대장은 더 안 드십니까?”

 

허겁지겁 국밥을 들이키고 있던 일행이 잠시 멈칫하더니 착호장에게 물었다.

 

“나는 됐다 그것보다 앞으로 스님은 어쩌실 생각이신지요?”


착호장은 일행에게 대꾸하더니 노승에게 말을 돌리며 물었다.

 

“예 저희는 예정대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노승이 소년을 보면서 말하자 옆에서 국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던 소년이 거들며 말했다.

 

“예 저희는 산으로 갈거예요!”

 

소년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허겁지겁 국밥을 들이키고 있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철부지 아이 같이 그의 입에 붙어 있는 밥풀이 그걸 증명하듯이 보였다.

 

-꺼억-

 

소년은 이내 배부른지 입속에서 트림이 새어 나왔다.

 

“… 죄송합니다. 이거 실례를…”

 

소년은 트림을 한 것이 멋쩍었는지 얼굴이 빨개지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착호장은 그런 소년을 보며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럴 수 도 있지 뭔 신경을 쓰고 있는게냐”

 

착호장은 소년을 보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지만 마음속 한 켠에는 일행들이 걱정되었다.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 그리고 요괴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착호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스님! 잠시 걸으시겠습니까? 소화도 시킬 겸”

 

노승은 이내 착호장의 말을 눈치채고 따라 나섰다.


“… 그러시죠”

“너희들은 여기서 더 마시고 있거라!”

 

착호장의 말에 일행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오랜만에 맛보는 술과 음식을 보고는 웃고 떠들고 있었다.

 

“네 대장 다녀오세요!”
“다녀오세요!”
“주모 여기 국밥 한 그릇 더 주쇼!”

 

그러나 다른 일행들과 달리 소년은 노승을 쫓아 오려고 했다. 계속 노승과 붙어 다녔기에 이제 소년에게는 혼자 있는 것이 어느새 익숙치가 않아서 였다.

 

“어디 가세요 스님?”

 

소년이 황급히 착호장과 노승을 쫓아오려 했지만 노승이 이내 안심시키며 소년을 제지했다.

 

“은휼아! 잠시 여기서 쉬고 있거라 금방 다녀올터이니 걱정 하지 말고!”

 

노승의 말에 소년은 잠시 토라진 듯 하더니 이내 다시 씩씩하게 답했다.

 

“네 스님 다녀오세요!”


주막 밖으로 나온 착호장은 노승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스님! 저 아이는 위험합니다.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스님도 아이도 왜인지 위험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그만 말이 헛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까? 요괴들이 여기저기서 계속 튀어나오고…”

 

착호장의 말에 노승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는 듯이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지만 스님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셨지 않습니까?”
“봤지요!”
“그런데 어찌 그리 태연하시단 말입니까?”
“다 하늘의 뜻이 있겠지요 염려 마십시오!”
“원혼들은 위험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소년의 곁에 계속 온갖 요괴들은 물론 원혼들이 꼬이고 있지 않습니까?”

 

착호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노승에게 경고하듯이 말했다.

 

“그들이 비록 령들 이라고는 하나 어찌 외면 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그래도 귀신들 아닙니까? 저 아이한테 더 이상 원혼은 물론 귀신들이 붙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바른길로 이끌어 줘야지요”
“스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이 상황에서도 어찌 그런 말씀을 태연하게 하시다니..”

 

착호장은 한숨을 쉬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실은 예전에 저는 그 아이와 비슷한 능력을 쓰는 자를 만난 경험이 있었습니다. 스님도 아시는지..비형랑이라고…”
“비형랑이요? 글쎄요 금시초문입니다 만…”

 

노승이 전혀 모르는 표정으로 묻자 착호장은 당황하며 말을 이었다.

 

“모르십니까? 그 도성에서도 유명하기로 소문난 자인데.. 어찌.. 뭐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리고는 착호장은 노승에게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자를 딱 한번 본적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도성에 호환이 일어났을 때의 일이 었지요… 그날도 역시 저는 착호갑사의 역할로 수도에 범이 날뛰고 있다는 애기를 듣고 소집되었습니다. 그렇게 날뛰는 범을 잡으려 착호갑사들이 모여 범을 몰고 있었죠 그러던 중 어느 한 선비의 뒤를 범들이 쫓아오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황급히 그 선비에게 달려가며 외쳤습니다. '도망치시오' 라고"

 

"저는 선비의 목숨이 걱정되어 외쳤지만 선비는 들은 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선비의 뒤에서 빠르게 쫓아오는 범들은 선비를 따라 잡는 듯 했습니다. 순간 착호갑사로써 책임감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한 순간 범은 선비를 앞질러 정확히 정부 관료들로 보이는 자 들에게 달려갔습니다.

 

범은 사납게 날뛰며 그자들의 목을 찢어 발겼습니다. 주변에 모든 이들이 범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도망갔지만 그 선비 만큼은 이상하리 만큼 침착했었습니다. 날뛰는 범을 보고도 놀라지 않다니 정말 용맹하기 그지없는 자이거나 아니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 이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그때 였습니다.

 

선비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자가 죽자 선비는 부채를 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그자의 곁으로 귀신으로 보이는 것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구름처럼 짙게 보였습니다. 순간 저는 잘 못 보았나 싶어 눈을 비비고는 다시 보았죠 그러자 그 선비는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그자가 사라지자 날뛰던 범들도 사람들을 경계하며 꼬리를 내리고 살육을 멈추더군요. 저희는 그 기회를 틈타 범들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이성을 잃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헤하던 범이 다시 온순해지다니… 제가 알던 범들의 모습 하고는 다른 기이한 현상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봤던 그 범들 처럼 뭔가 명령을 받고 움직이듯이… 범들은 양반들만 죽였습니다. 정확히는 높은 관료로 보이는 자 들 말입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그자가 누군지 알아 냈습니다.

 

아주 유명하더군요 귀신들을 부리는 자 비형랑이라 …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생생합니다.

 

부채를 가리고 웃던 그자의 웃음을 저는 지금도 그날의 일이 그자의 짓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그자의 곁에 있던 귀신들… 그놈들이 그자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근묵자흑이라고 귀신들과 어울리면 소년도 그자처럼 변하고 말 것입니다.”

 

착호장이 소년을 걱정하며 말을 마쳤다.

 

“근묵자흑이라…”

 

착호장의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고 노승의 생각도 같았다.

소년이 온갖 귀신들은 물론 도깨비 들까지 가깝게 지내는 것은 분명 소년 자신에게도 좋지 못한 방향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 우려되었다. 그렇지만 노승은 소년을 믿고 있었다.

 

소년 자신이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노승은 착호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은휼이는 착호장 님의 생각 보다 강한 아이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가 옆에서 이끌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착호장은 더 이상 노승에게 말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들이 자신의 불길한 예감대로 되지 않기를 마음속을 기원할 뿐이었다.

 

‘부디 이들이 무사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