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림자 소년

그림자 소년 14화 [착호갑사 3]

kaether 2023. 7. 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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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년 14화 [착호갑사 3]



소년과 노승은 착호갑사 들과 함께 말을 타고 하산하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땅을 울리며 일행들은 거침없이 산을 달리고 있었다.

 

-히이이잉-

 

그때 산을 내려가던 중 말들이 신음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밤이 내려 앉아 스산한 기운이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다들 조심하세요!”


수상함을 감지한 남자1(착호갑사)가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노승이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 입니까?”

 

이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남자2 (착호갑사) 설명을 덧붙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범이 주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남자는 말에서 내려 창을 들고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남자2(착호갑사)가 걱정하듯이 중얼거렸다.

 

“큰일인데 다른 일행들은 위에 있을텐데 하필이면 우리가 범을 만나버렸으니..이를 어쩌나…”
“이 사람아 범이 나타났으면 잡으면 되지 뭐가 문젠가!”

 

남자(1)가 대수롭지 않게 애기하자 그제서야 남자(2)는 정신을 차리고는 말에서 내려 경계를 하며 대꾸했다.

 

“아 그럼! 그럼! 우리가 누군데 착호갑사 아닌가!”

 

주변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오고 있었다. 그 고요한 침묵 속에서 일행들은 숨죽이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푸드드득-


그때 였다. 순간 산새가 날아 오르며 날갯 소리가 정적을 깼다.

 

“깜짝이야”


소년은 놀란 가슴을 추스리며 말했다.

 

“산새 인 것 같은데?”


남자(2)가 창을 내려 놓으며 허탈한 듯 일행에게 말했다.

 

그 순간!

 

-크와왕-

 

포효와 함께 풀숲에서 순식간에 일행 쪽으로 튀어나온 범이 남자(2)를 덮쳤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속수무책으로 남자는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으아앙앙-

 

남자(2)의 비명소리가 산에 울려 퍼지자 그제서야 옆에 있던 남자가 외쳤다.

 

“정신차려!”


옆에 있던 남자(1)가 창을 치켜세우며 범의 옆구리에 있는 힘껏 창을 찔러 넣었다.

 

-푹-

 

남자(1)의 창이 범에 옆구리를 찌르자 범은 날카로운 신음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크와와왕-

 

곧이어 범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풀숲으로 몸을 숨겨 달아났다.

 

“괜찮나? 자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남자의(2) 상태는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어깨를 물린 것 같네”


남자(2)는 왼쪽 어깨를 움켜쥐며 힘겹게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노승이 황급히 다가와 물었다.

 

남자(2)의 어깨는 커다란 이빨 자국으로 살갗이 다 튀어 나올 정도로 깊게 패여 있었다.

 

“큰일입니다 상처가 깊습니다. 어서 지혈을 해야 합니다.”


노승은 자신의 옷소매를 찢으며 남자의 상처를 급히 지혈해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 상처는 흔한 일이지요!”


남자(2)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한눈에 봐도 상처는 깊은 듯 보였다.

 

“자네 괜찮나?”


남자(1)도 그를 걱정하며 물었다.

 

“지체 하지 말고 가세나”


남자(2)는 차분하게 말했지만 그의 힘겨운 목소리와 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해 보였다.

 

“스님 타시죠 서둘러 마을로 가야겠습니다.”


남자(1)의 말에 일행들은 다시 말을 타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크르르릉-

 

그 순간 언제 쫓아 왔는지 범이 풀숲에서 또 다시 튀어나와 일행을 쫓아오고 있었다. 참으로 끈질긴 추격이었다.

말발굽 소리와 함께 추격해 오는 범도 같이 속도를 올리며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지고 있을 즈음 범은 있는 힘껏 도약하더니 남자(2)의 말의 엉덩이를 물고 늘어졌다.

 

-히히이이잉-

 

말이 신음 소리를 내며 쓰러지자 범은 곧이어 타고 있던 일행을 향해 달려 들었다.

 

-크와아아아앙-

 

소년과 쓰러진 남자(2)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보 직전 남자(1)의 창이 날아왔다.

 

-휘익-


순간 날아온 창에 의해 범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뒤이어 정신을 차린 남자(2)가 창을 들어 소년을 등 뒤로 숨기고는 범에게 창을 겨누었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이들은 범과 대치 하기 시작했다.

 

-크르르릉-


범은 소년과 남자(2)를 노려보며 살기를 내비쳤지만 곧이어 뒤에서 말을 타고 남자(1)과 노승도 합류하였다.

1대 다수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만큼 그들의 앞에 있는 범은 방심할 수 없는 존재 였기 때문이었다.

 

-휘이잉-


그때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화살이 범에 옆구리에 박혔다.

 

-크와와왕-


범은 화살을 맞은 방향으로 앞발을 휘저으며 사납게 포효했다.

 

-다그닥다그닥-


착호갑사 일행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범은 그 모습을 보고 이내 꼬리를 내리고는 풀숲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괜찮으십니까!”


낮에 봤던 착호장이 일행들에게 말하며 다가왔다.

 

 

착호갑사들은 다친 동료를 업고는 말에 태워 분주하게 이동했다. 상황이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짐작한 착호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한편 분주해진 착호갑사 들을 뒤로하고 노승은 소년이 걱정되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른인 자신도 놀랬을 터인데 아직 어린 소년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놀랐을까 하며 생각해서 였다. 노승은 소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휼아 괜찮은게냐”
“네.. 스님”

 

소년의 대답과는 달리 그의 바지에는 지도가 그려져 바지가 다 젖어 있었다. 아마 그가 얼마나 놀랐을지 당시의 심정을 그의 젖어있는 바지가 대변해주고 있어 보였다. 그때 노승에게 다가온 착호갑사 일행이 노승을 보채며 말했다.

 

“스님도 어서 채비를 하시죠! 범이 한 마리가 아닌 듯 합니다. 어서 여기를 빠져 나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곧이어 노승은 소년을 챙기며 떠날 채비를 했다.

 

“부상자와 함께 다같이 이동한다.”


착호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착호갑사 일행들은 일제히 움직였다.

 

“대장 아무래도 이번 토벌은 지원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남자가 달리는 말 위에서 착호장에게 말했다. 후일을 위해서 착호장에게 한 조언이었다. 그에 생각과 마찬가지로 착호장도 이번에는 그의 의견에 동의 하는 바였으나 착호장은 자신들이 후일이 처리할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있었다.

 

잠시 후 착호장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듯 기다렸다는 듯이 일행들의 앞길을 막으며 무언가 풀숲에서 튀어나왔다.

 

“멈춰라!”


착호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행들은 멈춰 상황을 지켜 보았다.

 

“살려 주세요!”


그러나 범일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숲에서 튀어 나온 남자는 피를 흘리며 착호갑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착호장이 말에서 내려 경계하며 다가가자 곧 그들의 시야에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그 사람은 노승과 소년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아니 너는… 살아있었던 것이냐?”


착호장은 남자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남자는 안색이 창백한 것이 금방 이라도 숨이 끊어 질 것 같이 기력이 다해 보였다.

남자는 가까스로 착호장의 부축에 가까스로 일어서며 대답했다.

 

“예 그렇게 됐습니다.”

 

남자는 지난번에 동행했었던 사수였다. 사수는 착호갑사와 일행들에게 혼자 남게 된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했다.

 

{…}

 

“그렇게 된 것이군… 다른 일행들은 모조리 범에게 당해서 혼자 도망치다 절벽으로 떨어져 살았다라..”

 

착호장이 말을 끝 맽기도 전에 남자는 분한 듯 울분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흑흑 면목 없습니다. 혼자 살아 남아서…”
“됐다! 너라도 살았으면 된 것이다!”

 

착호장은 울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때 소년이 남자에게 뛰어오며 말했다.


“아저씨!”
“어? 꼬마 착호갑사!”

 

사수는 소년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해 보였다. 아마 그의 일행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는 듯 보였다. 그의 심정을 모를리 없는 소년이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세요? 범한테 당한 것입니까?”

 

소년의 말에 사수는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나는 괜찮다.. 꼬마 착호갑사!”

 

사수는 곧바로 착호장을 바라보았다.

 

“혹시 착호장님 그 범을 보셨습니까?”


“범이라면 아까 놓친 범이 하나 있긴 했었는데 옆구리를 다쳐 멀리는 도망 가지 못했을 것이다!”

 

착호장은 아까 보았던 범에 대해 말을 하다 죽은 선봉대에게 화재를 돌렸다.

 

“헌데 선봉대로 간 착호장이라면 나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데 어찌 한 마리 범에게 당하다니 믿을 수 가 없구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싶은데 설명할 수 있겠나?”

 

착호장의 물음에 사수는 침착하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착호장에게 말하였다.

 

“저희가 당한 범은 평범한 범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범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그 범은 사람의 목소리를 냈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 범이 말이라도 한단 말인가?”

 

사수의 황당한 말에 착호장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사수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입니다. 또한 기존의 범과는 다르게 무리 생활을 하며 다른 범들을 조정하여 철저히 착호갑사 들의 체력을 갉아 먹으며 확실한 순간에 덮쳐옵니다. 그러니 조심하셔야 됩니다! 범은 한 마리가 아닐 뿐더러 가장 커다란 몸집을 지닌 그 범을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몸짓에 비해 굉장히 날렵하고 사람의 목소리를 내어 일행들을 꾀어내어 사람이 다가오는 순간 덮쳐오는 굉장히 치밀하고 악랄한 놈입니다.”

 

남자는 다 쓰러져 가는 얼굴로 착호장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다급하게 애기 하였다. 사수에 말에 착호장은 여전히 미심쩍었지만 그의 진심 어린 눈빛에 어느 정도 수긍하기로 하였다.

 

“알겠다!”

 

착호장이 수긍하자 사수는 이내 안심하고 쓰러졌다.

 

“괜찮은가? 자네…”


 

사수는 의식을 잃어 말이 없었다.

 

“그래 이제 좀 쉬고 있게! 나머지는 우리한테 맡기고”


착호장은 사수를 말에 태우고는 이내 전의를 불태웠다. 착호갑사 들을 이렇게 만든 그 영악한 범을 이 손으로 꼭 직접 처단하겠다고 말이다.

 

-스르르륵-

 

그때 또다시 일행들을 향해 여기저기서 범들이 튀어 나왔다.

 

-크왕-

 

범 한 마리가 튀어나와 일행에게 덮쳐오자 일행들은 전투 태세를 갖춰 곧바로 응대 했다.

 

-휘잉이이-


착호장의 허리춤에 있던 거대한 창이 바람을 가르며 범의 목을 베었다.

 

-크와와앙-


범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쓰러졌지만 여기저기서 몰려온 다른 범들이 곧바로 빈틈을 파고 들었다.

 

-으아아아아-


일행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등장한 범들에 의해 일행들은 각자 떨어져 필사적으로 고군분투하였다.

 

“은휼아 내 뒤에 있거라!”


노승은 소년을 감싸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다들 전열을 갖춰라!”


그제서야 착호장이 착호갑사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착호갑사들은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열을 차츰 갖추며 범의 습격에 대응해 나가는 듯 보였다.

 

-크와아아앙-

 

그때 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범 한 마리가 일행들을 헤집으며 소년의 옷깃을 낚아챘다.

 

“네 이놈 네 녀석이구나!”

 

착호장은 거대한 범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그러나 범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창을 피하며 소년을 바닥으로 내동댕이 쳤다.

 

“은휼아!”


노승은 황급히 소년을 향해 달려갔지만 옆에 있던 착호갑사가 그를 제지하였다.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착호갑사 일행이 노승을 말리는 사이 다른 착호갑사 일행이 소년을 구하러 대신 뛰어갔다.

 

“꼬마야 괜찮니?”


착호갑사가 소년을 일으키며 묻는 순간 곧이어 양옆으로 튀어나온 범 두 마리가 남자의 양쪽 어깨를 물어 뜯어 버렸다.

 

-으아아아-


남자는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그 소리는 오래 가지 못했다.

 

-툭-

 

남자가 쓰러지고 또 다른 범들이 튀어나와 소년을 끌고는 숲 속으로 달렸다.

 

“은휼아!”


노승은 다급히 외쳤지만 소년은 이미 숲 속으로 들어가고 사라진 지 오래 였다.

 

“쫓아라!”

 

착호장이 큰소리로 외치자 착호갑사 들은 일제히 소년을 물고 간 범을 따라 쫓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