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년 7화 [염매 2]
그림자 소년 7화 [염매 2]
염매
조선의 실학자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
항간에 떠도는 괴이한 소문에 의하면 염매라고 불리 우는 끔찍한 물건이 있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아이를 유괴해 아무도 없는 깊숙한 곳에 가두고는 굶기는데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아주 맛있는 음식을 주며 목숨을 연명 시킨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점차 말라가며 음식에 대한 집착이 점점 강해지는데 그렇게 아이를 죽기 직전까지 굶긴 다음에는 죽 통에다 좋은 음식을 넣어 아이 앞에 갖다 놓는다.
그러면 아이는 좁다란 죽 통 속으로 음식을 먹기 위해 들어가는데…
바로 그때 칼로 아이를 번개같이 찔러 죽인다.
그래서 아이의 정혼이 죽 통 속에 뛰어든 후에는 죽 통 주둥이를 꼭 닫아 아이의 정혼을 죽 통 속에 가둔다. 그러고는 부유한 집들에 찾아다니면서 죽 통을 열어 그 집을 병들게 한다. 그리고는 그 병자들이 낳게 해달라고 요구한 다음에는 아이의 정혼을 다시 유인해 거둬들여 다시 병자들의 병을 낫게 하는데 그 댓가로 곡식과 재물 등을 취했다고 한다.
한편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전국 방방 곳곳에서 어린아이를 유괴하는 일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애야 이리 와 보렴”
늦은 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가 아이를 꼬드긴다. 사내는 아이를 외진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이내 기다리고 있던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들이 나타나 아이를 기절 시켜 납치해갔다.
“요번 달도 할당량을 채웠으니 어르신께서 뭐라 하시진 않겠지?”
“뭐.. 이번 달은 차질 없이 진행했으니..”
“요즘 들어 어르신께서 예전 보다 더 염매를 많이 구하시는 것 같은데 염매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이 사람아! 염매가 뭔가 죽은 아이의 정혼 아닌가?”
“그건 나도 알지 이 사람아 그런데 그게 많이 왜 필요하냐는 거지”
“왜긴 이 사람아 그야 당연히 정혼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더욱 강해 질 것 아닌가?”
“그래 그래서 그럼 어르신께서는 그 정혼을 모아 어쩌실 생각이신가?
“이 사람아 내가 그걸 어찌 아나? 우리는 그냥 어르신께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도포를 입은 두 사내가 한참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그때 그들 뒤에 있던 사내 하나가 사내들을 불렀다.
“이 보게들 이제 그만 내려 가세!”
“자네들 어르신께서 오늘 소집 하신 거 잊었나?”
“아 맞다. 큰일 날 뻔 했구만!”
“그러게 내 정신 좀 보게 어서 가세”
도포를 입은 사내들은 황급히 산을 내려갔다.
“스님”
“왜 그러느냐 은휼아”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아이의 일을 생각하느냐”
“네 .. 스님”
“세상이 흉흉하니 아이들이 거리를 나다닐 수 없는 세상이 됐구나..”
“그 아이는 성불했을까요?”
…
“그럼! 이제 속세에서 벗어나 이승의 한을 풀었으니 남은 것은 하늘에서 판단 하실 거다.”
“그 아이는 잘못이 없는데 .. 나쁜..놈들..”
소년은 아이를 살해한 자 들을 생각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스님 그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자들을 혼내 줄 수 있을까요? 너무 분합니다!”
-탁탁탁-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은 소년의 말에 목탁을 두드리며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은휼아 세상이 흉흉한 건 사실이나 어디나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고 악한 사람이 있으면 어딘가 선한 사람도 있는 것이 세상이란다. 그 아이들의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찌 한낱 미천한 중생 따위가 세상일을 다 헤아릴 수 있겠느냐… 그런 고난은 우리에게도 앞으로 찾아 올 수가 있음을 명심하고 너는 그런 고난이 올 때 마다 그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 세상의 덕을 베풀 수 있는 자로 자라면 그것으로 되느니라”
노승의 말에 소년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승이 말한 애기는 자신이 생각하는 권선징악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노승은 그저 자신의 본분을 다하면 된다 라고 말하니 소년은 의문이 들어 노승에게 말했다.
“그것은 그 아이들의 복수가 아니지 않습니까? 스님!”
“복수가 아니지~”
“그럼 어찌 그것이 그 아이들의 원한을 풀어 줄 수 있단 말입니까? 저는 너무 분합니다. 단지 약하다는 이유 만으로.. 피해를 본다는 것이…”
“모르면 업보요 깨달으면 천명 이니라”
스님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
‘모르면 업보? 깨달으면 천명?’
소년은 노승의 알 수 없는 말을 되새기며 묵묵히 길을 따라 나섰다.
노승과 소년은 그렇게 한참을 걷자 드디어 한 마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소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스님 마을입니다.”
“그렇구나 오늘은 이 마을에서 묵고 가자꾸나”
잠시 후 노승과 소년은 마을에 있는 주막에 들렸다. 주막에서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애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노승의 귀에까지 한 대화 내용이 그에게 들려왔다.
“이보게 그 소문 들었는가?”
“뭔 소문 말인가?”
“아니 글쎄 마을 최 대감댁 집 자제 말인가? 실종 됐다고 하더군”
“아! 최 대감댁 자제 라면 그 어린 외동아들 아닌가?”
“글쎄.. 어디로 갔는지 최 대감댁에서 사람을 시켜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아도 아이 털 끝 하나 찾지 못했다는 구만”
“쯧쯧쯧 어린 것이 어디 갔을꼬.. 그 귀한 외동아들이 사라졌으니 최 대감께서도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닐 게야.. 쯧쯧쯧!”
남자는 혀를 차며 사라진 아이의 기구한 운명을 생각했다.
“그러게 말일세.. 그렇지 않아도 최 대감께서 요즘 갈수록 안색이 안 좋아 지셨더라고 오죽 답답했으면 아이를 찾으면 어마어마한 포상금을 준다고 곳곳에 방이 붙여 놨더라고”
“얼마나 준다고 붙어 있었나?
“자그마치 천냥”
“천냥? .. 이참에 나도 한번 팔자 한번 고쳐봐?”
사내는 펄쩍 뛰며 팔을 걷어 올리며 일어섰다. 그러자 사내의 반응에 맞은편 사내는 조심스럽게 손을 치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조용 하라는 듯 사내를 앉혔다.
“에끼! 이 사람아 말조심하게나! 그러다가 괜히 입 방정 떨어서 최 대감께서 노하실라! 애가 없어 졌다 ~ 지 ~ 않은가 ~ 말 조심하게!”
사내는 이내 무안했는지 다시 옷을 추스르며 이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크흠.. 그렇지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지..”
그리고 이어지는 사내의 말에 자리에 앉은 사내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대화가 마저 이어졌다.
“아무튼 그 일도 있지만 최근 들어 마을에서 아이들이 자주 사라지는 일이 있지 않은가?”
“그렇지 최 대감댁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도 그렇고 아이들이 사라지는 일이 자주 있었지.. 왜 그런가 혹시 짚이는 대라도 있는거야?”
그러자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크흠… 내 생각인데 아마도 아이들이 없어지는 것이 귀신의 소행이 아닌가 생각하네.. 만 자네 생각은 어떤가?”
“뭐? 귀신? 무슨 말도 안되는..”
그때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노승이 두 사람의 애기의 끼어들며 정중히 물었다.
“실례합니다.”
두 사내는 갑자기 끼어든 노승을 보며 놀란 기색으로 쳐다보다 보며 말했다. 혹시 최 대감댁 에서 보낸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노승의 말에 사내들은 최 대감댁 사람이 아님을 짐작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아이고 스님..무슨 일이신지.. 저희에게..?”
“실례지만 애기를 엿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혹시 무슨 일인지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아 애기 들으셨구나… 그게 실은 최근에 저희 마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아이들이 없어진다고 하더군요..”
“혹시 귀신의 소행이라는 것은?..”
“아 그건 그냥 이 사람 생각이니께 그건 신경 쓰지 마셔요”
사내 하나가 넉살 좋게 웃으며 말하자 그러자 앞에 있던 사내가 억울한 듯 대꾸했다.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귀신의 소행일지? 아 글쎄 이러지 말고 스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한번 들어 보자고!”
그리고 이어지는 노승을 향한 사내의 질문이 이어졌다.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셔요? 스님도 귀신의 소행이라 생각 하시죠?”
“저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
그 뒤로도 노승과 소년은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며 소문의 진상을 알아 보았다. 마을 곳곳에는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방이 마을 여기저기에 붙여 있었다. 노승은 이번 일이 그들이 얼마 전 겪었던 일들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의 예리한 직감과 더불어 불길한 예감이 그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은휼아..”
“네 스님”
“이번 일도 그 아이들과 같은 상황인 것 같구나..”
“예 확실하진 않지만 저도 그런 느낌이 들어요!”
“또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두어서는 안될 것 같구나..”
“그럼요 스님!”
노승과 소년은 마을에 부잣집인 최 대감댁 문을 두드려 보았다.
"계십니까~"
그러자 대문에서는 한 사내가 다급히 나와 작은 목소리로 일행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이다.
“스님 가셔요! 지금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께 시주는 다음에 할라니께 오늘은 이만 가보셔요!”
남자는 조용하게 손짓을 하며 일행에게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노승이 입을 열자 사내는 순간 당황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내의 예상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스님 가셔요 지금 초상집 분위긴께 어여 가셔요! 우리 대감님 또 성내실라!”
“사연을 듣고 왔습니다.”
“사연이요?”
“아이가 없어 졌다고 하던데 저희가 작게 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찾아 와 봤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
“그런.. 일이라면 잠시만요 대감님께 말씀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셔요~”
남자는 이내 안쪽으로 뛰쳐 들어가며 다급하게 최 대감을 불렀다.
“대감님! 대감님!”
…
“음 그런 일이..”
“스님! 우리 아이 좀 꼭 좀 찾아 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네 사례라면 얼마든지 하리이다.”
최 대감은 노승의 손을 꼭 붙들며 간곡히 부탁했다. 그의 안색은 헬쭉한 것이 그가 그간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지 짐작 할 수 있어 보였다. 그런 최 대감을 보며 노승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사례는 괜찮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니 대감께서는 협조만 해주시면 됩니다. 일단은 더 자세한 애기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더 자세한 이야기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요?”
“아이가 없어진 시간이랑 기간 그리고 최근 아이들이 없어졌던 주기 그리고 인근 산의 지리 정보가 필요합니다.”
생각 보다 노승이 자세하게 애기를 요구하자 최 대감은 잠시 당황하더니 곧바로 인근 지도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노승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찾기 위해서 라면 모든지 하겠다는 각오로
그날 밤부터 노승과 소년은 최 대감댁 사람들과 같이 인근 야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노승은 최 대감에게 신신당부하며 말하였다.
“필시 동굴 같은 것이 있으면 빠짐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아이는 아직 분명 살아 있을 겁니다.”
그러자 최 대감이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명령하였다.
“동굴을 찾아라 혹시라도 동굴을 먼저 찾으면 곧바로 나에게 애기 하거라!”
-예 대감-
근엄했던 목소리와 대조되게 이번에는 최 대감은 여전히 자신의 아이가 걱정이 되는지 간절한 목소리로 노승에게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스님 우리 아이 찾을 수 있는 것 이겠죠?”
“걱정 마십시오! 그래도 서둘러야 합니다. 아이가 살 수 있으려면…”
노승은 사뭇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넓은 야산을 바라 보았다. 산에는 그 흔한 들짐승 한 마리 없을 정도로 기척이라 고는 찾아 볼 수 없어 보였다.
-스르르르르-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스산한 바람만이 지나갈 뿐 말이다.